15년 동안 아무도 몰랐던 세포성분…당시 기법으로 불가능

관절 내 환경 바꾸는 세포분화 촉진 성장인자
15년 전 최신 기법에서는 '연골세포'로 나왔지만
최신 연구법 적용하니 신장세포 기원으로 밝혀져
회사측, 15년 째 같은 세포주로 동일 방식으로 제조
식약처, 회사 주장 맞겠지만 확인 위한 검증 필요
  • 등록 2019-04-01 오후 8:00:01

    수정 2019-04-01 오후 8:00:01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들이 인보사 판매중단에 대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가 이우석 대표다.(사진=류성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회사 측의 결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판매가 중지됐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보사 주요 성분 중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TGF-β1)를 만드는 형질전환세포가 당초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해 잠정 판매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TGF-β1은 연골조직이 잘 자라도록 연골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형질전환세포는 이 성장인자를 안정적으로 많이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따르면 2004년 개발 당시부터 며칠 전까지 이 성장인자를 만드는 역할을 연골에서 유래한 세포가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이에 대한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에서 유래했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본부장(상무)은 “신장세포에서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분리정제가 미비해 신장세포 일부가 혼입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당시에 연골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험결과가 나와 그대로 믿고 지금까지 동일한 세포주를 이용해 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15년 전과 현재의 인보사 구성성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위해 위탁업체에 약 생산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최신 염기서열 분석법인 단기염기서열반복(STR)분석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세포 기원이 기존에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유 상무는 “당시 분석에서 신장세포 특유의 유전자 특성 대신 연골세포의 특성이 나타나 연골유래세포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STR분석은 친자확인 등에 쓰는 분석법이지만 당시만 해도 개발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15년 전에는 알 수 없던 것을 새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회사 측은 성장인자를 키우는 세포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인보사 생산에 쓰이는 세포 자체는 그대로인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 상무는 “2004년 당시에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이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것이 밝혀졌다면 그대로 알렸을 것”이라며 “현재 인보사 제조에 쓰이는 형질전환세포는 2004년 당시 세포주를 그대로 배양해 쓰기 때문에 동물실험, 임상시험, 상업생산에 쓰이는 세포주가 사실상 동일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15년 동안 일관된 세포주를 사용했고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에서 성분과 제조과정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세포 이름을 바꾸는 품목허가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판매중단 결정을 내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일단 회사 측 주장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통상적인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동일한 세포주를 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하지만 회사의 주장이 맞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라 회사 측 주장이 타당하다면 표시사항 변경 수준에서 끝날 수 있지만 회사 측이 의도를 가지고 세포주를 바꿨다면 허가취소도 가능하다.

인보사는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에 일본 내 개발권을 6700억원에 기술수출하는 등 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우석 대표는 “수출을 위한 허가절차가 지연되는 등 동요는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검증을 마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판매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었고 △제조과정에서 방사선조사로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품목허가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우석 대표는 “회사의 윤리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규제당국의 의문제기가 아니라 바뀐 사실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당국에 신고했다”며 “한점의 의혹도 모두 해소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도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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