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해당 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하며 회계사 4명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세에 의한 위반으로 3년간 해당 회사 감사업무를 제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한 것을 두고 고의적인 회계 조작, 즉 분식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증선위는 이와 관련 사전에 공동지배 회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지배력 결정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 권리에 해당함에도 2014년 에피스를 연결 회계처리한 것이 ‘중과실’ 위반 사항이라고 봤다. 2015년 에피스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도 자의적으로 회계기준을 해석·적용해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회계 처리에 고의성이 깔려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회계투명성은 해외 선진국대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회계투명성 조사에서 한국은 2년째 최하위권에 머물러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로 회사 관계자는 물론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중징계를 받는 등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의 분식 회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을 지피려는 회계 개혁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로 결정날 경우 대우조선해양급 후폭풍이 예상돼왔다”며 “이번 결과로 회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다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회계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은 글로벌 회계법인들과 멤버 펌의 형태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빅4 회계법인이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 감사를 맡은 상태에서 감사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회계법인 내 글로벌 파트너의 입김이 세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분식 회계 사태를 일으킨 대우조선해양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의 경우 이후로 글로벌 파트너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이번 감사인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영향력이 세져 회계 주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는 원칙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 감사인과 회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날 (증선위) 결론으로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생겼을 때 감사인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내부 회계책임자가 자료 제출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임의로 자료를 바꿀 경우 외부감사인이 모든 부분을 알 수 없다는 하소연도 있다. 최종만 회계사회 부회장은 “감사인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까지 알 수 없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법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삼성바이오 결론은) 사후에 추가로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최종 판단을 한 것으로 감사인이 감사할 당시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