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신상건 황현규 기자] 마약 투여·유통과 성접대, 유착, 횡령 등 클럽 버닝썬을 둘러썬 의혹들이 경찰 수사의 결과 하나둘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경찰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수사에 명운(命運)을 걸고 있는 만큼 버닝썬 관련자들과 접촉했던 모든 경찰들을 수사선상에 올리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원경환 “유착 의혹 수사 지지부진 책임감 느껴”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수사 경찰, 지능범죄수사대, 광역수사대를 투입해 두 달 여간 쉼 없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총 108명을 입건하고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경찰 유착 수사에 대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국민의 비판을 무겁게 인식한다”며 “의혹을 해소할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어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부분은 바로 유착 부분이다. 하지만 유착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유착 의혹은 △빅뱅 전 멤버 승리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과 함께 투자한 음식점 몽키뮤지엄의 불법 영업 신고 무마 청탁 △미성년자 출입 무마 청탁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음주운전 보도 무마 등 이다.
경찰은 이날 윤 총경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윤 총경이 승리에게 빅뱅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착 의혹의 핵심인 금품 수수 등과 관련해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입건으로 윤 총경을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었다. 원 청장도 “윤 총경 등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 금융계좌 추적, 사무실·골프장 압수수색,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한 번이라도 통화하거나 만난 적 있는 직원들은 수사 선상에 올려서 수사하고 있다”며 “유흥업소와 유착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접대 현장에서 성관계 이뤄진 정황 포착
경찰은 승리의 성접대 의혹 수사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성접대와 관련한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진술에는 성관계 정황도 포함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성접대 의혹 관련자 여러 명을 불러서 조사했다”며 “그중에는 여성 4~5명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여성들이 성접대 현장에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접대 현장에서 성관계가 이뤄진 정황도 포착했다. “여성들이 동석한 것이 아니라 성관계도 이뤄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은 또 성접대 정황을 기존에 알려진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 등이 있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카톡방)뿐 아니라 다른 카톡방의 대화 내용에서도 포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성 접대 관련 정황이) 특정한 카톡방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며 “어떤 특정한 모임 카톡방이 아닌 전체카톡방에서 관련 진술이 있었다”며 “시기(국내·해외)와 장소, 주체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마약 관련 혐의 입건자 53명…버닝썬 게이트 입건자 절반 수준
이밖에 경찰은 마약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 총 입건자 108명 중 절반 가량인 53명이 마약 투여·유통 혐의로 입건됐다. 버닝썬 관계자는 15명(구속 4명)이며 버닝썬 외 다른 클럽 관계자는 29명(구속 2명)이다.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 GHB(데이트 강간 마약)를 유통하다 적발된 이는 9명(구속 1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내용을 살펴보면 양적으로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유착 의혹을 어떤 선까지 얼마만큼 밝힐 수 있을지가 버닝썬 게이트 수사에 가장 큰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