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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로 대기업 총수들이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추진 도화선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게이트와 재벌의 커넥션을 속시원하게 밝히지는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9개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촛불 집회 참석여부’나 ‘전경련 해체’를 묻고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라는 보여주기식 장면도나왔다.
총수들도 핵심 의혹들에 대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라는 원론적인 해명으로 일관했다.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는 9개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생중계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자리에 모습을 보인 것은 1988년 제5공화국 비리조사 국회 청문회 이후 처음이다.
충수들은 “불미스런 일에 관계돼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아울러 “기업은 정부 입장을 따르는 게 현실”이라며 정경유착의 현실도 토로하고 국회에 대책마련을 지적하는 언급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정유라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지원 결정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은 저의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기업에 외압을 넣어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손경식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 거취에 대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조양호 회장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재계는 앞으로 총수들이 청문회에 이어 특검의 강도높은 조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돈을 냈는데 ‘정경유착’이라는 여론의 비난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답변처럼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총수들의 경영관련 답변이 향후 기업인사와 사업조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