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6일 아시아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대한항공 신용등급 역시 ‘BBB+’에서 ‘BBB’로 한 계단 내렸다. ‘BBB-’등급의 아래는 ‘BB’로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기관들이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등급이 내려갈수록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봉균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항공수요가 늘고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유리한 영업환경이 지속됐지만 두 항공사 모두 재무부담을 대폭 줄이지 못했다”면서 “적극적 자구활동이나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없이는 신용도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신용평가사가 대형 항공사의 신용도에 경고음을 내는 이유는 환율과 금리가 방향을 틀며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지난 9월말 서울외환시장에서 1101.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2월 들어 1168.5원(7일 종가)까지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진 탓이다. 달러를 사서 갚아야하는 외화차입금이 78.0%에 달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흐름이다. 환율이 오르면 항공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유가 전망도 항공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측은 내년부터 A350 도입을 시작하고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부실을 털어내며 부채비율을 낮추긴 했지만 대형항공기 도입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호텔 투자 영향으로 차입금을 순상환하지는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업 특성상 신규항공기 투자가 필수적인데 도입이 완료되는 2018년 이후에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옵션계약과 통화별 포지션 조정을 통해 유가와 환율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