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5달러에 빼앗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재개관한다

복원공사 마치고 22일 개관식 개최
문화재청 2012년 매입해 복원 진행
개관식서 113년 만에 태극기 게양
  • 등록 2018-05-15 오후 3:25:22

    수정 2018-05-15 오후 3:25:22

오는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하는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외관(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단돈 5달러에 일제에 빼앗겼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13년 만에 원래 모습 그대로 재개관한다.

문화재청은 2012년 매입한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하 공사관) 건물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오는 22일(현지시간) 개관식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개관식 날짜는 1882년 5월 22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일에 맞췄다.

공사관 건물은 1877년 미국 남북전쟁 참전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의 저택으로 건립됐다. 1882년 미국과 수교한 조선은 1889년 2월 이곳에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 참가 준비 등 16년간 활발한 외교활동의 중심 무대로 쓰였다.

그러나 1905년 11월 대한제국이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공사관의 역할도 멈췄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직후에는 소유권마저 일제에 단돈 5달러에 넘겨지고 말았다. 이후 공사관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프리카계 군인들의 휴양시설과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그리고 개인주택 등으로 사용됐다.

2003년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재미교포사회를 중심으로 공사관 매임 움직임이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정부 차원의 매입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전(前) 소유자(젠킨스 부부)와의 협상을 진행했다. 2012년 10월 매매가 이뤄지면서 일제에 공사관을 빼앗긴 지 102년 만에 다시 소유권을 되찾아왔다.

문화재청은 공사관 매입 이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을 위탁관리자로 지정해 정밀실측조사를 마쳤다. 국내외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수·복원공사를 진행해 지난 3월 12일 최종 준공했다.

문화재청은 공사관에 대해 “조선 후기 동북아시아의 구질서를 극복하고 더 큰 외교적 지평을 열고자 했던 고종의 자강·자주외교 정신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건물이기도 하다. 워싱턴 D.C. 안에 있던 19세기 외교공관 30여 곳 가운데 내외부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로 확인돼 미국의 외교사적 측면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공사관 1~2층은 국내외에서 발굴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복원·재현했다. 1943년 훼손된 천장과 계단실도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 복원과정에서 발굴한 수행인용 계단 흔적을 그대로 남겨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3층 전시관에는 한미관계사 등을 전시패널과 영상자료로 전시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개관식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미국 정부·의회 인사, 1882년 당시 공관원들(박정양·이상재·장봉환)의 후손, 재미교포 대표, 현지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이후 113년 만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행사를 특별히 마련한다. 독립유공자이자 초대 공관원이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게양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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