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20대 국회 후반기 여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문희상 의원에 대해 평한 말이다.
6선의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116표 중 67표를 얻어 47표 득표에 그친 5선의 박병선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정세균 현(現) 국회의장에게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재수 끝에 당선 기쁨을 누렸다.
DJ에 “눈 번쩍 뜨여” 정계입문한 친文 중진
추 대표의 말처럼 문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두 차례나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난파위기에 빠진 민주당호(號)를 구해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게 패했던 직후인 2013년 1월, 문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역할을 했다. 이후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듬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으로 재등판했다. 그는 2015년 전당대회까지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자중지란에 빠진 당을 관리하면서 문재인 당 대표체제에 바통을 넘겼다.
문 의원은 이런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고(故)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1979년 말 동교동 사저에서 김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문 의원은 당시를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통일에 대한 실천적 방법론을 접하게 됐다. 그 말씀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며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이라는 3단계의 통일론이었는데, 내용과 논리가 너무나 구체적이고 실천적이었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내는 등 김 대통령에게 중용된다. 이후 노무현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을 맡으면서부터는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
“국민의 사랑과 존경받는 국회 이룩 앞장”
당내에서는 문 의원 선출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친문계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후반기 국회의장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여야 협상을 중재하고 본회의 사회권을 갖는 등 집권여당 의회 전략 구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자리다.
문 의원은 향후 본회의에서 의장 선거를 거치면 국회의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원내 1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정하면 본회의 선거는 사실상 절차적 정당성을 위한 신임투표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민주당(118석)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113석)에 5석 앞서 있는 상태로, 12석이 걸려 있는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1당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대로 오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의장을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국회법 제15조 ‘의장·부의장의 선거’ 조항은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선거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하지만 야권은 지방선거 이후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끝난 뒤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24일 의장선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은 재보궐 이후 원내 1당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입장이고, 바른미래당(30석)과 민주평화당(14석)은 국회부의장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장 임기와 원구성에 관한 사항은 별도”라고 선을 그었고, 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국회의장은 민주당 몫이 아니라 모든 정당이 합의해 선출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