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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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순풍에 돛단 듯이 질주해온 한반도 평화국면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했다. 북한이 16일 판문점선언 후속조치를 논의할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은 물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북·북미관계가 잠시 숨고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노력이 시급해졌다. 최대 관심은 남북정상의 핫라인 통화 성사 여부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 조율은 물론 주춤해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北, 고위급회담 취소·북미회담 재고려 시사? 靑, 돌발변수에 상황 예의주시남북정상회담 성공 이후 모든 관심은 북미정상회담이었다. 문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강조해왔다. 북미 또한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전향적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대외 공개 방침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키웠다. 거칠 것 없던 한반도 평화국면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북한은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국회 강연을 이유로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파악이 우선이라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靑, 평화국면 안정관리에 주력…남북정상 핫라인 통화 분기점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양국의 힘겨루기는 ‘밀당’ 수준이다. 최소한 판을 깨지 않으면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선제압용 힘겨루기라는 관측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노력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해법에 대한 한미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찰떡공조를 재확인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위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만남도 필수적이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의 핫라인 통화다. 지난 4월 20일 남북은 핫라인 개설 후 실무자간 시범통화를 마쳤지만 정상간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의 핫라인 개설은 비상사태 발생 시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통역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30분의 전화통화도 사실상의 약식 정상회담에 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핫라인은 남북정상이 언제든 전화하면 연결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든, 김 위원장이든 어느 한쪽이 전화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바로 성사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이 전화(남북정상 핫라인)는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거냐”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에 “핫라인이 가동됐다는 뉴스가 안 나오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마 오늘 중으로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