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떨어지면 보통은 비교적 안전한 채권의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올해는 뉴욕 증시가 폭락하는 동시에 채권가격도 하락(채권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미라보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함께 10% 이상 빠진 건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시장 패닉은 거의 반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이례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대표의 조언은 그래서 인상 깊다. 그는 원자재 25%, 주식 25%, 현금 25%, 장기국채 25%를 추천했는데, 그 중 현금은 특정 분야에 투자하지 말고 그냥 남겨두라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이 첫 손에 꼽힌다. 물가 목표를 설정하는데 ‘평균’(average) 개념을 쓰자는 게 골자다. 예컨대 과거 물가가 0%대로 낮았다면, 당분간 4~5%대로 높아도 평균해서 목표인 2%대에 맞출 수 있다는 식이다. 사람들이 현재를 기준으로 향후 물가를 어떻게 보는지, 즉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통화정책의 본질을 깬 셈이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AIT로 인해 5%가 넘는 물가가 이상하지 않아졌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연준이 갑자기 긴축으로 돌아선 건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 변화와 시기를 같이 한다. 중간선거를 앞둔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는 근래 한 행사에서 “연준 독립성은 무너지고 있다”며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준 독립성이 위기라는 인식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모든 나라들이 연준을 보면서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갈팡질팡 하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가 물가 폭등에, 시장 패닉에 신음하는 건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 있다.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기관이 외풍에 흔들릴 때,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건 세상 어디든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