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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아파트 시장이 관망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1기 신도시 특별법’ 공약을 장기과제로 분류하면서다. 윤 정부는 재건축 사업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는 내년 상반기에, 1기 신도시재정비 사업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신도시특별법 제정 논의도 오는 하반기에나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통령 선거 전 달아 올랐던 호가는 그대로지만,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16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파트단지 블록 사이마다 자리한 공인중개소는 손님 없이 정적만 가득했다.
23년째 분당에서 부동산 거래를 담당한 조용기 청운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분당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대통령 선거 전 공약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던 곳도 재건축을 고려해보자고 할 만큼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언제될 지 모른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며 “집값이 오를 거란 생각에 호가는 여전한데, 거래는 되지 않고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최근엔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시기에 맞춰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물쌓임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격은 소폭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8월 21억원에 거래됐지만, 같은해 11월엔 20억 50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20억~21억원을 맴돌지만 거래는 지지부진하다. 같은 지역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03㎡은 지난달 28일 27억 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호가는 27억원으로 소폭 조정되는 분위기다.
분당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매매 물량은 8.6%(3225개→3504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앞서 지난 3월 말 기획재정부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해줄 것을 요청한데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것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장기과제로 분류…법 제정도 진통 예상
시장 안팎에선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장기과제로 분류돼 단기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 재건축연합회장은 “6·1지방선거가 끝난 뒤에야 신도시 특별법 방향도 정해지고 시장이 재건축 구역 지정 등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1기 신도시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택지지구 아파트 단지도 형평성을 내세워 특별법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지구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노후 신도시 범위에 1기 신도시는 물론 2기 신도시와 지방 거점 신도시, 택지지구까지 포함하는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내용으로 법이 제정되면 성남 판교, 동탄 1·2, 파주 운정신도시 등 2기 신도시 12곳과 인천 연수·대전 둔산·부산 해운대·광주 상무택지지구 등도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신도시를 재건축하는 일은 장기과제일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 기대감도 초기 공약이 나왔을 때 보다 떨어진 것”이라며 “95~98년 사이 입주해 이제 30년을 채우는 아파트가 나오고 있는데다 법안이 만들어 지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는 순차 재건축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을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필요하긴 하지만 형평성과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오히려 다주택자들의 매물출하가 이어지면서 호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