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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은행이 쓸모있는 금융, 도움이 되는 금융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KB,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비롯해 22개 은행과 금융기관장이 모두 참석했다. 윤 원장이 국내 은행장과 얼굴을 맞대는 것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윤 원장과 은행권의 첫 대면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윤 원장은 간담회 초반부터 금융권과의 전쟁이란 발언은 언론의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으며 은행권과 거리 좁히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은행산업의 신뢰회복의 여러차례 강조했다. 최근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부당부과를 포함해 은행권에서 잇따른 금융사고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금융은 신뢰’라는 건배사를 통해 실추된 금융권이 강도 높은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행권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종합검사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합 검사는 감독 당국이 대규모 검사 인력을 보내 금융회사 업무 전반과 재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은행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내놓은 금융감독개혁방안을 통해 소비자 보호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은행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규제 일변도의 종합검사가 아니라 선제적, 시스템적으로 대응을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또 “저신용·채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금리산정체계 합리화, 지배구조 개선 같은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이행하는 데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은행권도 윤 원장의 주문에 “은행권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경제 혈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윤리경영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를 전년대비 약 54% 는 4600명(하반기 3100명)을 뽑고 7000억원 규모의 공동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은행장들은 윤 원장과 첫 만남인 만큼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부분 말을 아꼈다.
간담회 전 기자와 만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일단 (금감원장) 말씀을 들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도 “앞으로의 감독방향이 어떨지 금감원장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학자로 계실 때와 실제 원장직을 맡으신 뒤 생각의 변화가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