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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월가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게임스탑 현상을 두고 “월가 권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개미들이 최신 투자 기법과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헤지펀드 등 기관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게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WSJ는 동시에 “기업 펀더멘털 평가·분석 등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평가 전략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거품 논란은 여전하다”고 했다.
개미의 습격에 공매도 기관 손실 ‘눈덩이’
초유의 게임스탑 현상을 둘러싼 시사점을 월가 안팎에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매번 공매도 세력에 당해 왔던 개미들의 반란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투기적인 성향이 워낙 강해 시장 전체로 보면 악영향이 크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다만 제2, 제3의 게임스탑이 속출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개미들의 승리는 ‘역대급’이다. 실제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숏 포지션(주식 혹은 옵션을 매도한 상태)을 잡은 투자자들은 이날 게임스탑에서만 236억달러(약 26조34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게임스탑 주가가 이날만 134.84%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이후 10거래일간 상승률은 무려 1641.90%(19.95달러→347.51달러)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토론방 등에 결집한 개미 집단은 공매도 기관을 타깃으로 의도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모두 60초동안 1000주씩 매수하자”는 식이다. WSJ는 “개미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판 승부였다”고 평했다.
극단적 수익 추구…“순수 투기 단계”
다만 문제는 개미들의 이같은 투자 행태가 몇몇 종목에 그치지 않고 계속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미들의 반란이 의미가 있다는 것과 별개로 투기적 행태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공포가 현실로 나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극장 체인 AMC의 주가는 이날 하루 301.21% 폭등했다. AMC는 유통 주식 대비 공매도 잔량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게임스탑에 이은 조직적 개인투자자들의 타깃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외에 익스프레스(214.41%), 베드배스&비욘드(43.45%), 내셔널 비버리지(40.17%), 블랙베리(32.66%) 등의 주가가 하루새 치솟았다. 주요 외신들은 “개미들이 또다른 타깃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스탑 현상을 시작으로 증시 폭락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까지만 게임스탑 현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뉴욕 증시는 이같은 현상이 확산하자 타격을 받았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5% 하락한 3만303.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2.57%, 2.61% 내렸다.
급기야 백악관까지 나섰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게임스탑 주가 폭등에 대한 질의에 “백악관 경제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게임스탑뿐만 아니라 최근 주가가 폭등한 다른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의 경고가 나온 이후 곧바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성명을 내고 “주식시장과 옵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변동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월가 내에서는 새로운 규제 등을 두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브래드 베넷 전 금융규제당국 집행국장은 “시장 조작 혐의를 입증하려면 투자자들이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뜨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단순히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서로 독려하며 광란의 도가니로 뛰어든 것이라면 위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