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게 쏟아진 시민들의 하소연…최저임금부터 청년실업·알바까지(종합)

26일 광화문 인근 호프집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깜짝 이벤트
“대통령 되면 시민들과 소주 한 잔 하고 함께 하겠다” 대선공약 실천
청년 구직자·아파트 경비원·중소기업 대표·편의점 점주 등 30여명 참석
  • 등록 2018-07-26 오후 9:21:40

    수정 2018-07-26 오후 10:09:06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청 인근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이색 이벤트는 과거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것.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청와대에 갇혀 살지 않겠다”며 “일 끝나면 남대문 시장에도 나가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겠다. 영화와 연극도 보러다니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배준 청년구직자, 안현주 청년구직자, 이태희 편의점주, 이종환 음식점주, 김종섭 아파트 근로자, 이찬희 청년구직자, 은종복 서점사장,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변양희 도시락업체 사장, 정광천 중소기업 사장 등이 참석해 경제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10분 전까지 문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몰랐다.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였다.

文대통령 “최저임금·노동시간·자영업 문제 심각해 말씀 들고자 자리 마련”

문 대통령은 “다들 좀 놀라셨죠? 다 고용노동부 장관 만나는 걸로 알고 생각하셨을 텐데, 제가 보안과 경호 문제 때문에 일정을 미리 알릴 수가 없어서”라면서 “제가 지난 대선 때 소통 하겠다고 약속드리면서 ‘퇴근길에 시민들 만나겠다’ 그렇게 약속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 이렇게 가볍게 나누기로 했는데 요즘 최저임금, 노동시간, 자영업, 고용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오늘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그냥 오로지 듣는 자리 그렇게 생각하고 왔다”며 “원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하시려고 했던 말씀들 그대로 하셔도 되고, 제가 대통령이니까 그 밖에 또 다른 분야, 세상사는 이야기 또 서로 다른 생각들을 편하게 말씀들 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대담에 앞서 음식점주 이종환 씨는 “건배들부터 하시죠”라면서 “건배사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 주십시오. ‘아싸’로 하겠습니다. 아끼고 사랑합시다! 아싸!”라고 선창했고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건배를 나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 대화…文대통령, 최저임금 관련해 현장 목소리 청취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의견제시보다는 주로 참석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음식점주 이종환 씨는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이 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라면서 “속으로 정말 최저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해요. 종업원 안 쓰고”라며 “그러다보니까 사실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예요. 앞으로도 무인시스템 가동하고 그러면 그렇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도시락업체 사장인 변양희 씨는 “알바가 오전, 오후 필요한데 공고 내도 안온다. 젊은 친구들이 커피숍 알바, 서빙 이런 데로 가지 도시락 싸는 건 힘들다고 안온다”며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서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변 씨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청년구직자 “취업 비용 많이 든다. 알바 구하기 힘들다” 고충 토로

청년구직자인 이찬희 씨는 “취준생이다. 다음 학기가 4학년 2학기”라면서 “이공계지만 언어가 필요하다. 토익스피킹 공부하고 있다. 시험비용과 돈이 많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취업준비 비용을 묻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이공계생들은 자격증 공부에 돈이 많이 든다”며 “저는 자격증 3개 준비하고 학원만 4개 다닌다. 한 달에 80만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청년구직자인 배준 씨는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었다. 지금은 결과가 안 좋아서 그냥 고시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며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관련된 직업으로 가고자 해서 과감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시작한지 일주일 됐다.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해서”라면서 “알바 구하려했는데 많이 안 구해지더라고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력단절여성 “아이 키우다 보니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는다”

언어치료사인 안현주 씨는 경력단절여성의 구직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안 씨는 “결혼하고 경력을 쌓아갈 시점인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는다”며 “주변 환경이 정말 100% 지원된다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제가 일을 하면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묻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는 “집에서 아이를 보육하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보육교사 처우도 늘리면 좋겠다”며 “일반 민간 어린이집 경우에는 아이를 보육하기 힘들잖아요. 힘든 만큼의 대가를 못 받으니 열악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파트 근로자인 김종섭 씨는 “은행이 우리 돈을 갖고 너무 폭리를 취한다”며 “은행에 적금해도 이익이 없으니 부동산으로 다 돈이 몰려 버린다. 적금은 이율이 적으니까 안하게 된다. 그런 것 좀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건의했다.

서점사장 “남북평화 가기 때문에 책방 힘들어도 기쁘다” 文대통령 응원

서점사장은 은종복 씨는 “현 정부에서 남북 평화로 가는 길로 가기 때문에 책방이 힘들어도 기쁘다”며 문 대통령을 응원했다. 다만 은 씨는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영국, 호주, 한국 몇 나라 빼고는 완전 정가제이다. 그 네 나라의 공통점이 신자유주의를 무지 좋아한다. 미국의 꼬봉”이라면서 “일본은 문화가 살아있기에 완전 정가제 서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서울대와 성균관대 앞 서점이 대학가 대표서점의 전부이다”고 말했다. 은 씨는 이어 최저임금 1만원 이상 인상과 덴마크의 사례를 들면서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서점에 있는 책을 몽땅 읽으신 것 같다”고 말했고 주변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중소기업 사장,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에 “생산직에서 굉장히 고통스러원한다”

중소기업 사장인 정광천 씨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시간단축 문제를 거론했다. 정 씨는 “저희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해서 좀 괜찮다. 당장 최저임금, 주52시간의 직접 영향을 안받는다”먼서도 “주변에 많은 혁신기업이 있는데 그 기업들 중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으로 힘든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지언의 전언을 토대로 “최저임금의 경우 ‘1만원이 목표냐?’ ‘1만원 이후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중장기적 시야도 필요해 보보인다. 업종별로 지역별로 개별적으로 속도조절을 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주52시간 근로는 계절적 상황이 크다. 대기업은 연중기획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분량을 받아야지 그때 바삐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생산직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최저임금 문제가,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가 다르고, 지역별로 업종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고용규모도 다를 수 있다. 그거에 따른 논의도 있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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