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5번째 아동학대 근절대책…몽둥이만 키워 '재탕·삼탕'

어린이집 아동학대 2013년 202건서 작년 776건으로 5년새 4배↑
원장 관리책임 강화방안 2015년 영구 자격박탈서 기간만 줄어
교사 금지행위 교육방안에 근본처방 아닌 곁다리 대책 비난
  • 등록 2018-07-24 오후 7:40:00

    수정 2018-07-25 오전 2:00:23

24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이동욱 인구정책실장이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보도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부가 3년만에 또다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내놨다. 최근 보육교사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사고가 재발하면서 여론이 악화한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과거 내놨던 대책을 재탕한 수준이어서 ‘보여주기’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이후 보완대책을 포함해 5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아동학대 적발 건수는 같은 기간 두배나 늘었다.

3년간 5번째 내놓은 아동학대 근절대책

어린이집 아동학대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지난 2013년 202건에서 지난해 776건으로 5년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동안 어린이집 보육교사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사고도 2건이나 됐다. 전체 아동학대 적발 건수도 마찬가지다. 2013년 6796건에서 작년 2만152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 추진’, 2016년 3월 ‘아동학대 예방·대응을 위한 종합대책’, 2차에 걸친 보완대책(2016년 9월, 2017년 2월), 올해 3월 ‘아동학대 대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보완대책’ 등이다.

불과 4개월 전 발표한 아동학대 대책 실효성 제고 보완대책은 가정 내에서의 학대 예방이 주내용이다. 여기에 최근 어린이집 영아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뒤늦게 관련 대책을 추가한 것이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세워 신속히 보고할 것’이라는 지시 이후 나흘만에 마련한 방안들이다.

어린이집 안전 대책 몽둥이만 키운 재탕

2015년 1월 아동학대 근절 대책과 2018년 7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
이번에 학대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장’에 대한 관리 책임 강화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내 영유아 안전 및 학대 사고 발생 시 원장에 대한 제재 기준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행위의 직접 행위자가 아니라도 주의·감독 의무를 다 하지 못한 경우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것.

학대 행위가 한 번이라도 발생한 어린이집은 즉각 폐쇄 조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제고를 위해 시설폐쇄 시 원장에게 5년간 자격을 정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어린이집 폐쇄 처분을 받고 간판만 바꿔달고 운영한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5년간의 자격 정지 기간이 지나면 다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 그나마 이번 대책은 지난 2015년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3년 전에도 정부는 ‘아동학대 교사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 설치·운영·근무를 영구히 할 수 없도록 처벌규정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유사한 대책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책을 다듬는 과정에서 ‘원장이 스스로 학대행위를 한 경우에만 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원장에게 5년간 자격정지를 부여하겠다고 변경한 것이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5년 전 대책은 ‘영유아의 생명을 해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했던 것인데 원장에 대한 처벌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스스로 학대행위를 한 경우 2년 자격정지’로 바뀌었다”면서 “이번에는 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원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 5년 동안 어린이집 운영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금지행위 교육에 나서겠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금지행위 교육에 대해 △밀치거나 갑작스럽게 잡아당기기 △옷이 더러워졌는데 그냥 두기 △‘똑바로 앉으라고 몇 번을 말했니?’ 등 재촉하거나 언어적으로 위협 △‘너도 얼마나 아픈지 꼬집혀볼래?’ 등 영유아가 그대로 당해보게 하는 행위 등이라고 명시했다.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금지행위가 뭔지 몰라서 학대하는 선생님이 생기겠냐”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인데 정부가 곁다리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 처방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3년째 제자리

정부는 한 명의 보육교사가 장시간 아동을 돌보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보육교사의 8시간 근무 보장을 위해 보육지원체계 개편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육교사 자격이 있는 보조교사를 확대 지원하면서 오후시간 전담교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 2015년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에서 ’보조교사 확충 방안’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대책의 재탕이다. 특히 보조교사 몇명을 어떻게 선발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중’이라는 점도 3년전과 동일하다. ‘보육교사 업무피로 경감을 위해 근무환경을 조정하겠다’고 한 것도 3년 전 대책에서 명시했던 내용이다.

그나마 이번 대책에는 대체교사를 매년 700명 추가 배치해 오는 2022년까지 4800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정효정 한국영유학보육학회장(중원대 교수)은 “정부가 단 기간에 급조한 정책인만큼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동학대 문제는 교사의 인성 문제가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만큼 질적으로 충실한 관련 교육 의무화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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