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카드업계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부정적 영업환경에 직면했지만 당장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으로 수익성 하락을 카드 대출 확대와 비용 절감 등으로 어느정도 대응할지에 따라 신용도 방향성도 차별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크레딧 세미나에서 “정책 지원으로 성장한 카드사에게 정책 리스크 확대는 위험 요인”이라면서도 “그간 가맹점수수료는 계속 떨어졌지만 이익은 유지했던 만큼 가맹점수수료 하락이 등급 하향 요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 하락하면서 카드사 수익성 또한 하향 추세였지만 이익 규모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 연구원은 “카드사들의 조정영업이익은 분기별 5000억원선을 기록하고 있다”며 “레버리징을 통해 자산을 늘리면서 수익성 하락에도 이익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문별로 보면 결제사업은 과거부터 적자를 기록 중이고 향후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적자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결제사업부문의 적자를 캐시카우인 카드대출(카드론) 이익 확대가 상쇄하고 있다. 그는 “카드 대출 지급 규모가 확대됐고 마진율도 긍정적”이라며 “카드 대출 확대 유인은 여전히 매우 높아 카드사 이익 창출력에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페이 등 제로페이 결제시장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결제사업 마진율이 낮아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신평에 따르면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결제시장의 5%, 체크카드 결제시장 10%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잠식 효과는 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카드 대출이 결제사업 부진을 만회하고는 있지만 업황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는 “대출금리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로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높아져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손율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추가 건전성 개선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카드사별 신용도 방향성은 점유율과 총자산, 이익규모 등을 고려해 A그룹(신한카드·
삼성카드(029780)), B그룹(KB국민카드·현대카드), C그룹(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으로 나눠 비교했다. A그룹은 우수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출 자산 증가 여력이 충분해 부정적 상황에서도 충분한 대응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그는 “B그룹은 A그룹대비 수익성과 자본력이 열위해 자본 규제가 영업활동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C그룹은 대출자산 마진율이 낮고 자금 조달 비용은 높아 수익성 회복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장 카드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부정적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여 연구원은 “수익성 하락 자체로 신용도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등급 변동) 지표와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율 변동과 업체별 비용 절감 등 대응력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