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성장주와 가치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혼란기’가 지속되고 있다. 금리가 적정 수준을 찾기 위해 변동성이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를 앞둔 등에 지금보다 금리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도, 메타버스·K-콘텐츠 등의 모멘텀을 맞아 성장주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에 기대할 게 없는 내년 상반기, 긴축 조정이 마무리되는 코스피에선 성장주가 주도권을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 (출처=뉴욕증권거래소, 에프앤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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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주와 가치주의 시장 주도력 싸움은 금리에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MI500 지수 기준, 올 상반기 순수가치 스타일 주식들은 순수성장을 크게 앞서 나갔다. 연초 1%가 채 안 됐던 미국채 10년물이 상반기 1.7%대까지 오를 때 가치주는 강세, 성장주는 약세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두고 ‘밀당’하며 금리가 오르락내리락할 땐 성장주와 가치주도 이에 따라 출렁였다.
금리 상승은 보통 성장주에 악재다. 가치평가 측면에서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비중이 큰 성장주로선, 해당 이익 할인율을 높이는 금리 상승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는 당분간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5년물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전부 3% 이상으로 앞으로 5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고착화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급등한 금리는 일부 되돌리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한 연말 쇼핑시즌, 인플레 우려 등에 높은 레벨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성장주는 가치주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국채 10년물은 상승 전환했으나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치주 영역의 미국 산업재 상장지수펀드(ETF)인 PAVE와 성장주의 META로 자금 유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날 기준 지난 한 달간 코스닥에서 가장 크게 오른 업종은 디지털컨텐츠로 상승률 37.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 물량을 각각 192억원, 4375억원씩 사들였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금리의 전망치가 변하는 시기에 증시 내 스타일 전략도 갈팡질팡 하게 된다”며 “2010년 이후 실질금리 레벨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면서 경기 국면과의 연관성이 낮아졌는데, 해당 시점 이후 최근까지 미국 10년물이 상승하는 달의 월간 수익률의 평균을 내보면 성장주가 1.82%, 가치주가 1.84% 각각 올라 실제 수익률은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상승 시 성장주와 가치주란 이분법 전략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단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는 성장주에 유리한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인식을 심어줄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미국은 인플레 압력 때문에 당장 큰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반면, 중국의 움직임이 좀 더 빠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성장주가 유리한 환경이라고 생각하는데, 내년은 이익 사이클이 둔화하며 성장이 희소한 해이며 경기사이클 둔화로 금리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성장주 주 유망 업종은 시가총액 중소형 규모의 콘텐츠(미디어/엔터/게임), 친환경(배터리/원전 포함), 바이오로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