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적인 정보수집과 정치관여 의혹을 받는 강신명(55)·이철성(61) 두 전직 경찰청장의 처지가 엇갈렸다. 강 전 청장은 구속됐고 이 전 청장은 구속을 면했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 같이 결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박화진(56) 경찰청 외사국장과 김상운(60) 전 경찰청 정보국장(전 경북지방경찰청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강 전 청장에 대해 “피의자가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3명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과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수사진행 경과, 관련자 진술과 문건 등 증거자료 확보 정도 등에 비춰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2012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이 전 청장은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각각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국장은 2015년 12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 정보국장직을 맡았다.
이들은 이 기간 정보경찰을 이용해 진보성향 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등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뒤 견제 방안을 마련토록 한 혐의도 있다.
경찰청 정보국은 또 2013년 10월 윤석열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 윗선의 외압을 폭로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에 민생행보에 집중하라는 대처요령을 담은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른바 ‘건전언론’ 도움을 받아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 ‘종북 좌파’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청장은 앞서 두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강 전 청장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청장을 비롯해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혐의와 관련된 전·현직 경찰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강 전 청장은 정보경찰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사건과 관련해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압수수색으로 이미 상당한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고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법리적 평가 여부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어 이 사건 가담경위나 정도 등에서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