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부동산규제 속에도 살 사람은 산다. 누가 사나하고 봤더니 외국인도 다수다. 외국인 중에서는 중국인이 가장 많고 이어 미국, 캐나다 순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한인 고객들은 부동산 관련 세무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출규제나 세금(양도세·종부세) 문제에서 내국인보다 비교적 규제가 덜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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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직방이 등기정보광장에서 발표하는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 중 외국인의 비율을 보면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2020년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다시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0.20%에서 2019년 0.69%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0.63%로 하락, 이후 올해(~7월) 0.69%로 급증했다.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의 국적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중국, 미국, 캐나다 3개국이 상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10.96%로 3위에 그쳤으나 2011, 2012년 각각 18.17%, 26.57%로 비중이 높아져 2위가 됐다. 2013년 이후로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최근 5년간은 60~70%의 압도적인 비중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 52.68%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보였으나 최근 5년간은 10%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1~7월) 누적 기준으로 먼저 중국인이 많이 매수한 지역은 경기 부천시로 664건에 달한다. 이어 인천 부평구(344건), 화성시(257건), 시흥시(219건), 인천 남동구(181건) 순이다. 미국인은 경기 평택시(89건), 충남 아산(75건), 경기 양평군(62건), 서울 강남구(47건), 서울 용산구(41건) 순으로 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최근 6개월(3월~8월17일)간 수도권의 갭투자 증가 지역은 평택이 8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흥(568건), 화성(459건), 안성(441건), 인천계양(418건), 인천부평(413건), 남양주(399건), 부천(385건) 등의 순이다. 전국으로 넓히면 미국인이 2번째로 많이 사들인 충남 아산지역은 갭투자 증가 4위 지역에 랭크됐다.
비중 1%도 안되지만…시세교란 충분
매수인 중 외국인 비중은 1% 미만으로 높지 않다. 다만 단 한 건의 거래만으로도 아파트 시세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현금 뭉치 등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규제·단속을 피해 집을 사는 경우는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비중이 높지 않더라도 높은 호가에 한 채만 집이 팔리면 시세가 된다”며 “대출규제 측면에서라도 자금출처를 분명히 하는 것이 투명한 부동산거래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수법도 지능적이다. 중국인 A씨는 서울 아파트 구입시 가상화폐를 악용한 신종 환치기 수법을 동원했다. 중국에서 산 가상화폐를 한국에 있는 환치기 일당 전자지갑으로 전송, 이를 국내서 되팔아 수억원을 현금화해 아파트를 샀다.
현행법(외국환 거래법)상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살 때 거주 외국인은 신고절차 없이 매매계약 후 60일 이내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수 있다. 비거주외국인의 경우 부동산 취득자금 반입 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한 뒤 부동산을 살 수 있다.
역차별 여론이 뜨겁자 국회에서는 관련법이 최근 발의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해당 법안은 외교관례상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외국인도 투기과역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토지거래를 하면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 법률안에는 이례적으로 입법예고 등록의견에 5752명의 국민이 ‘찬성’ 서명했다.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우리 국민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중국인들이 특별한 제약없이 주택을 살 수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차별될 수 있는 것”이라며 “역차별문제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법안 처리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