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대학병원 빅데이터 그냥 놔두면 사장돼..사업화 해야"

산업부장관 퓨처스포럼 초청 강연
"문재인 정부 반드시 규제혁신 해낼 것"
"막연한 규제혁신 아닌 구체적 사업화"
수소버스·AI기반 질병 예측 서비스 등
혁신경제도 공정경제 기반에서 이뤄야
  • 등록 2018-07-25 오후 6:28:53

    수정 2018-07-25 오후 10:00:47

[이데일리 김상윤 정태선 기자] “공무원은 쥐고 있는 규제가 힘이라고 생각해 놓지 않는다. MB정부때도 ‘전봇대 규제’를 뽑으려고 했고, 박근혜 정부도 ‘손톱 밑 가시’를 빼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해내겠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혁신성장’을 위한 바퀴를 재빨리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 중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에 뒤쳐진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다. 25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산업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 주제로 강연자로 나서면서 밝힌 메시지다.

그가 던진 해법은 막연한 규제 혁신이 아닌 구체적인 사업화를 위한 규제 해소다. 태양광, 미래차 등 폭넓은 분야를 정하기 보다는 수소차, 영농형태양광 등 특정 프로젝트를 정한 뒤 사업화를 위해 걸린 규제를 나열해 포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백 장관은 집무실에 ‘규제상황점검판’을 만들어 주·월별로 규제해소 상황을 체크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우리 산업의 도전과 과제 ‘산업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학병원 빅데이터 그냥 나두면 사장돼”

백 장관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경우도 인공지능(AI)기반 질병예측 서비스,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등으로 사업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BM이 2015년 헬스케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보안 분야를 연구하는 왓슨 헬스(Watson Health) 사업부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 것처럼 실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왓슨 헬스는 그간 메모리얼 스론케터링 암센터,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메이요 클리닉 등 유수의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암 진단 및 치료, 신약개발 지원, 유전체학 연구, 개인화 치료 등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애플도 2014년 발표한 헬스키트와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워치의 경우 내장된 센서를 통해 심박수를 측정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본인과 주치의에 알리는 원격 서비스를 2017년 시작한데 이어 비침습 혈당계 등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헬스케어는 개인정보 수집 문제 등과 충돌하고 있어 규제 혁신이 쉽지 않다. 산업부는 비식별화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가로막힌 규제를 풀기 위한 시동을 건 상태다. 백 장관은 “우리나라처럼 대학병원에 의료정보가 풍부하게 체계적으로 갖춘 나라가 없는데 이를 그냥 놔두면 사장된다”면서 “의료 빅데이터를 표준화해야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더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차도 산업부가 강하게 밀고 있는 분야다. 수소차-충전소-수소연료를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백 장관은 “수소버스의 경우 2020년이되면 6억원 정도되지만, 주행거리가 압축천연가스(CNG)보다 3분의 1가량 짧은터라 실제 가격은 18억원이 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면서 “기술로 극복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서 충전소 구축 비용을 줄이고 수소연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해소하고 R&D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신산업의 경우 해상풍력 등을 중심으로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에 깔려 있는 해상풍력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그는 “해상풍력은 소음문제, 해상자원 고갈 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얼마전 제주도를 방문했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더 많이 지어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소음문제도 없거니와 인공구조물 설치에 따라 어장이 생겨 해산물이 풍부해지고, 주민들도 발전량 일부를 수익으로 받을 수 있어 앞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우리 산업의 도전과 과제 ‘산업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공정경제 기반 속 혁신성장 이룰 것

지난 16일 취임 1년 만에 12개 대기업 전문경영인(CEO)을 만난 백 장관은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기업 기 살려주는 것, 좀 더 기업인 기를 살려주는 산업부가 되겠다. 기업들이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한테 얘기해줬으면 한다. 산업부에 하소연해달라”며 “12개 대기업 CEO도 만나 애로사항 듣고 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성과를 내놓지 못했던 혁신성장의 톱니바퀴를 좀더 빨리 돌리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백 장관은 취임이후 몇몇 대기업 CEO와 비공식 자리를 갖긴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더 공개된 방식으로 만나면서 기업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기업 규제기관 수장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산업부 수장으로서 산업정책 차원에서 재계 관계자들과 자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물론 백 장관은 혁신성장은 공정경제 뒷받침 속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주더라도 과거처럼 중소기업을 억죄면서 성장하는 방식에는 선을 긋겠다는 의미다. 그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함께 가야 한다”면서 “공정한 경제가 뒷받침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혁신도 이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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