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천신만고 끝 본인가‥첫발조차 때지 못한 카카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 토스를 포함한 핀테크기업 14곳과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을 포함한 금융사 14곳을 비롯해 총 28곳에 마이데이터 사업 본인가를 내줬다. 본인가를 받은 회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카카오다. 35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카카오페이는 외국계 대주주 문제에 걸려 예비인가도 받지 못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는 중국 앤트그룹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앤트그룹이 중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점이 없다는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측은 제재받은 사실이 없다는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지만 금융당국의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의 서류의 사실 여부에 대해 중국 금융당국에 공식 답변을 요구했지만, 아직 똑 부러진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게 감독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앤트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중국 인민은행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 않고, 따라서 법적인 제재를 받은 사실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중국 감독당국으로부터 (법적 제재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서류를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확인 서류가 온다면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미비한 서류를 보완하면 언제든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5일부터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 중단
카카오페이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다음 달 5일부터 아예 자산관리 관련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사용자의 타 금융사 이용 데이터를 모아서 서비스했다. 스크래핑은 해당 사이트의 내용을 긁어서 복사를 해온다는 의미다. 원천 데이터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 동의 아래 결제 정보나 계좌 정보 등을 긁어 비슷한 내용은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은 마이데이터 허가기업과의 제휴, 서비스 개편 등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다음 달 5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서비스 중단 공지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해 사용자들의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달리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은 회사들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본인가를 계기로 마이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의 개인신용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나 금융 상품 가입이나 자산 내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맞춤형 자산관리나 생활금융관리, 생애주기별 금융자산관리 서비스 등이 대표주자로 거론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나 토스,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이번에 본인가를 받은 28곳은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마이데이터 같은 플랫폼 사업은 시장 선점이 관건인데, 초기에 자원을 대거 투입해 경쟁력을 키워놓는 게 유리하다. 구조상 후발주자는 살아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