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펀딩, 71억원 펀드 추가 상환 연기…연체율 84%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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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는 CJ오쇼핑·GS홈쇼핑 등 대형 홈쇼핑 회사에서 옷·화장품 등을 판매하려는 중소기업 10곳에 제품 생산비나 구매비를 선불로 빌려주고 7개월 뒤 대출 원금과 이자를 투자 수익으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중소기업이 자기 상품을 팝펀딩 창고에 담보로 맡기면 팝펀딩이 홈쇼핑에서 구매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고 판매 대금으로 대출금(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펀드 상환이 지연된 원인은 팝펀딩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팝펀딩은 앞서 올해 1월 말 만기를 맞은 사모펀드 2개도 상환 일정을 미룬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75억원 규모 ‘자비스 5호’는 이달 말까지, 하나금융투자가 판 55억원 규모 ‘스마트 플랫폼 3호’는 다음달 말까지 투자금 환급 시기가 각각 밀렸다.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금액이 모두 200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돈을 빌려 간 중소기업이 담보로 제공한 패딩·온열 매트 등의 판매가 부진해 대출 연체가 발생했다는 것이 팝펀딩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라임 펀드’처럼 돈 떼일라…속 끓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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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자 팝펀딩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처럼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팝펀딩이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개인 투자자 등에게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도 비상이 걸렸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주 해당 펀드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사를 불러 투자금 상환을 촉구하고 있고, 자체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만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증권사는 팝펀딩 펀드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의 1%를 판매 수수료로 뗐다. 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도 투자금의 연 0.8%가량을 운용 보수 등으로 받는다. 투자자들은 “담보로 잡은 재고가 정말 있는지 확인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가 펀드를 팔아놓고 이제와서 뒷짐을 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팝펀딩 펀드의 운용사와 판매회사 등은 기업 대출 한도가 담보로 잡은 제품가격(홈쇼핑 판매가격)의 최대 40%이고, 대출받은 회사 대표가 연대 보증을 서는 만큼 안전한 상품이라고 펀드를 홍보해 왔다. 예로 들어 집값의 40%까지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60% 넘게 폭락하지 않는 한 손실 가능성이 작다고 강조한 셈이다.
투자자 피해 구제를 위한 자체 분쟁 조정 제도를 운영하는 금감원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금 상환 만기가 일단 연기된 상태이고 검찰의 수사 결과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운용사가 사기라는 걸 알고도 펀드를 판 건지, 아니면 운용사도 사기를 당한 건지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투자자 손해 배상 여부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