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WTO는 이날 유럽연합(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보잉이 지난 2004년 EU와 에어버스를 상대로 제소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다. 당시 미국 측은 EU가 에어버스에 수십년 간 지급한 220억달러 규모의 불법 보조금이 없었다면 에어버스가 보잉의 경쟁업체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WTO 판결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보복행위를 위한 길을 열어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럽산 자동차 관세 인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을 정당화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의 WTO 분쟁전문가 채드 보운은 “WTO가 승인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복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EU에게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EU의 불법 보조금이 미국 우주항공 기업들에게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입힌 것이 명백해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U가 미국이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EU 제품에 대한 보복대응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WTO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분쟁이 미국 측의 승리로 종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이 WTO에 구체적인 보복 대상에 대해 승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EU가 결정에 불복할 수 있어서다. 또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보복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 “이미 철강·알루미늄 관련 보복관세와 이란핵협정 탈퇴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과 유럽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통상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골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