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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린 창업자가 지분 매각에 시동을 건 것은 약 4개월 전부터다. 사안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리린은 2020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적인 경영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며 “후오비에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초부터 주식 양도를 염두에 두고 리더십 있는 주주와 컨택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원매자들은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후오비와의 시너지도 그렇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밸류에이션을 쳐주느냐에 따라 딜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접근하는 모양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는 글로벌 상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꼽힌다. 일일 거래 대금이 2조 원에 달하는 FTX는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며 유동성 위기에 놓인 일부 가상자산 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회사는 지난 7월 가상자산 대출 업체 블록파이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FTX는 올해 초부터 빗썸을 비롯한 아시아권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논의를 진행해왔다. FTX가 우선순위로 둔 조건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량과 ▲터무니없이 높지 않은 밸류에이션이다. 적정 가격에 아시아권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대주주로 올라 아시아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편 후오비글로벌은 리린이 지난 2013년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국, 일본, 한국, 홍콩 등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설립 직후 세쿼이아 캐피탈뿐 아니라 세쿼이아차이나와 중국 업체 합작사인 젠펀드(Zhen Fund)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인가를 취득했고, 지난 5월에는 남미권 가상자산거래소 비텍스를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