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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펼쳐진 북한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롭게 화합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총 812명이다. 앞서 추첨으로 선정한 일반 관객 560명 외에 문화계, 체육계,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 정부 초청 인사 252명이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관객들은 오전 일찍부터 강릉아트센터를 찾아 15년 6개월 만에 남한에서 펼쳐지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황해도 사리원 태생의 실향민 이건삼(74)씨는 대전에서 새벽차를 타고 강릉에 올라왔다. 이 씨는 “여섯 살이던 1·4후퇴 때 기차 타고 내린 대전이 그대로 고향이 돼 지금껏 살고 있다”면서 “어릴 적 사상교육을 받지 않아 북한 노래는 잘 모르지만 죽기 전에 고향 사람들 보기가 어려우니 공연이라도 보고 싶어 인터넷 응모를 했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북한 예술단이 보여준 예상 밖의 화려한 무대와 뛰어난 실력에 감탄을 보냈다. 관객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이번 공연을 통해 남북 평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보였다.
춘천에서 온 40대 여성 임모 씨는 “평생 한 번일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공연이 아주 어렵게 성사되기는 했지만 평화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박모(64·남)씨는 “남북 관계는 호전돼야 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문화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파워풀한 음악에 놀랐고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 예술단의 메시지가 명확했다”며 “특히 공연 도중에 남한 노래인 ‘홀로아리랑’이 나오는 순간 가슴에 뜨겁고 뭉클한 무엇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남북이 관객 구미에 맞추는 무대예술인으로 서로를 만나는 일이 늘어난다면 이것이 통일로 가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강릉아트센터 인근에서는 북한 예술단 공연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응원하는 시민단체가 대치하는 긴장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3개 중대 약 270명을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뒤에는 큰 충돌 없이 무사히 진행됐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날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흰눈아 내려라’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의 북한 노래, ‘J에게’ ‘사랑의 미로’ 등의 남한 가요, 서양 클래식 메들리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사했다. 공연 말미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 등으로 통일의 염원을 전했다. 삼지현관현악단은 오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 뒤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