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자문단 "셀트리온 치료제 품목허가 권고"(종합)

위약 투여군보다 회복시간 3.43일 단축
"통계적 유의성이 있어 임상적으로 의의"
"중증환자 발생률, 명확한 결론 어려워"
자문단, 중증환자 발생률 감소 확증 권고
  • 등록 2021-01-18 오후 5:36:00

    수정 2021-01-18 오후 9:24:21

[이데일리 노희준 왕해나 기자] 셀트리온(068270)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허가 가능성이 커졌다.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허가당국 자문단이 임상결과를 검토한 결과 임상 3상 수행을 전제로 품목허가를 내줄 것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렉키로나주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자문단 회의를 개최한 뒤 이 같이 제안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의 처방 대상으로 초기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성인 환자를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임상 현장 사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18일 열린 브리핑에서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에 대한 자문단 회의결과를 발표했다.(사진=식약처)
앞서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검증할 3중 자문 절차를 마련했다. 검증 자문단은 두번째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에 앞서 식약처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임상 등에 대한 자문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다. 검증 자문단에는 감염내과 전문의, 바이러스학 전문가, 임상 통계 전문가 등 임상시험 분야 외부 전문가 8명과 식약처 내부 인원 4인이 참여했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 임상시험 결과가 치료 효과를 인정하기에 적절한지(효과성)와 안전성 등을 검토했다. 특히 효과성과 관련해선 렉키로나주 임상시험에서 활용된 임상적 효과측정 지표(환자 회복 시간)와 약물의 작동 원리 측정 지표(바이러스 음전 시간) 임상 결과를 살폈다. 두 지표가 렉키로나주의 이번 임상 효과성 1차 주평가지표다.

자문단은 우선 발열 등 7가지 코로나19 증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나타나는 환자를 대상으로 렉키로나주나 위약을 투여한 뒤 7가지 증상 모두가 사라지거나 약해졌다고 판단될 때까지의 시간을 검토했다. 그 결과 임상 2상에서 렉키로나주를 투여(체중 1kg 당 ‘렉키로나주’ 40mg)받은 환자는 5.34일,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8.77일 소요돼 렉키로나주를 투여받은 환자가 약 3.43일 정도 빨리 코로나19 증상에서 회복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를 투여함으로써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있어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실제 셀트리온이 발표한 임상 자료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내는 ‘p밸류 값’이 0.0097을 보여 0.05보다 작게 나왔다.

검증 자문단은 셀트리온 발표 자료에서 보이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바이러스 음전’ 시간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는 바이러스 검사 결과에서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말한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 임상 2상에서는 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이 투약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증자문단은 “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이 감소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으나, 이 약 투여 후 체내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 결과는 임상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측정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시험결과 간 편차가 크다는 시험방법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증자문단은 입원·산소치료 등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는 ‘중증환자’ 발생률에 대해서는 “렉키로나주를 투여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또는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 비율이 감소되는 경향은 보였다”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증환자 발생률은 임상 증상 개선, 바이러스 감소를 보조적으로 확인하는 항목(부평가지표)인 데다 임상시험 계획수립 단계에서 별도로 통계 검정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조적인 지표였기 때문에 임상 계획 승인 단계부터 어느 수치 이상이면 유의미하다 어느 수치 이하면 무의미하다 이런 기준(p밸류 값)을 제출하도록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를 투여받은 환자나 그렇지 않은 환자 모두 사망한 경우는 없어 사망률 효과를 알 수 없다”며 “입원, 산소치료 등 필요한 환자 비율은 향후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3상 임상시험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와 의미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사진=셀트리온)
실제 이날 검증 자문단은 조건부 허가를 권고하면서 주된 권고사항으로 3상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경증-중등증에서 중증으로 이환되는 것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점을 확증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임상 2상 결과 발표에서 렉키로나주(40㎎/㎏)가 중증환자 발생률을 전체 환자 대상에서 54%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실험의 p밸류값이 0.2513으로 나와 통상적인 기준(p=0.05)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렉키로나주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경미하거나 중등증 정도의 이상사례가 발생했으나 이 약을 투여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할 때 유사한 비율”이라며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이상사례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 투여 대상으로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감염 성인 가운데 실내 공기에서 산소포화도가 94%를 초과하는 자, 보조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 않은 자, 투여 전 7일 이내에 증상이 발현한 자를 선정했다. 렉키로나주는 이번 검증 자문단 회의 이후 식약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라는 두번째 자문 테이블에 오른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는 검증 자문단 의견과 권고사항, 아직 남아있는 품질자료 일부 등 제출 자료 심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렉키로나주의 안전성, 효과성, 허가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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