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 측정 가능한 지표로 구성해야"(종합)

하영구, 진웅섭 "성과연봉제 시급" 한목소리
  • 등록 2016-10-27 오후 7:39:31

    수정 2016-10-27 오후 7:39:31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글로벌 은행의 성과주의 제도 운영현황 세미나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이데일리 권소현 김경은 기자]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사측과 노조의 간극이 여전히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금융 공공기관장을 불러모아 성과 중심 문화 정착을 당부한데 이어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글로벌 은행 사례를 통해 금융권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여전히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2차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27일 ‘글로벌 은행의 성과주의 제도 운영현황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BNP파리바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A)의 성과보상담당 최고 임원이 참석해, 성과주의 제도 운영 현황을 소개했다. 지난 7월 은행연합회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각 은행 노조는 성과 평가제도 미흡과 낙하산 인사 우려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해외 은행 관계자들은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 합리적인 보상체계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리카이(Olivier Ricaille) BNP파리바은행 성과보상담당 최고 임원은 “고객 등과의 이익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며 허용된 위험을 초과해 업무를 진행하지 않도록 성과보상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미 펑(Tommy Fung) BOA 아태지역 성과보상담당 최고임원 역시 “성과 평가는 간단 명료하고 측정가능한 지표로 구성돼 모든 구성원이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웰스파고 사태는 성과연봉제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성과 측정기준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경영 실패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호봉제로 인한 조직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수익성 악화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은행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돼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축사에서 “기존의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가치보다는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중시하는 성과연봉제가 더욱 합리적인 보상체계”라며 “고객 만족도와 같은 다양한 질적 지표와 영업실적 등 계량지표 간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도록 성과평가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핀테크 여파 등 전통적인 은행산업이 위협을 받는 상황인 만큼 체질 개선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현 아주대 교수는 “디지털 파괴와 핀테크로 인한 변화에 국내 은행권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 내부의 혁신이 필요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노조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9일과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33개 사업장 전체 교섭을 열 것을 제안했지만 은행 사측은 사용자협회가 대표성이 없는 만큼 전체교섭이 의미없어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일단 지난달 23일에 이어 다음달 18일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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