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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고꾸라지는 빅테크 주가
미국 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건 이견이 많지 않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높게 평가해 널리 쓰이는 이른바 ‘버핏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일컫는 것인데, 이번달 현재 228%에 달한다. 역사상 최고치다. 버핏지수는 100%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한다. 팬데믹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진 증시 폭등이 얼마나 심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조정 국면에 기름을 부은 건 인플레이션 공포다. 원자재 가격 폭등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장기시장금리를 밀어올렸고, 레벨 부담이 컸던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2일(현지시간) 장중 1.394%까지 치솟았다. 앨라이 인베스트먼트의 린지 벨 수석투자전략가는 “금리가 단기간 너무 빠르게 올라 시장에 일부 탠트럼(발작)이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뿐만 아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주가도 한달간 11.84%나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페이스북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 주가 역시 하락세다. 이들 빅테크주는 모두 전세계 기업 시총 톱10 안에 들어 있다. 시총 10걸에 든 미국 기업 6곳이 모두 빅테크라는 점이 그 위상을 방증한다.
건강한 조정장 vs 급격한 폭락장
그렇다면 이들 초대형 기술주들의 향후 주가 흐름은 어떨까. 월가에서는 ‘건강한 조정’쪽에 무게가 실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1분기 5~10%의 조정을 예상했다. 씨티 역시 10% 하락을 점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876.50에 마감했는데, 여기서 10%가량 빠지면 3500 안팎이다. 지난해 11월 초 수준이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초 S&P 지수가 3200대였다는 점에서 결코 낮지 않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연구원은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제가 빨리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경기민감주로 자금 순환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더 큰 폭락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돈 풀기로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국채금리 급등 탓에 당장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리스크가 누적되는 흐름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이번달 1일 기준 광의통화(M2) 규모는 19조4149억달러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2월24일(15조4468억달러)과 비교해 1년도 안 돼 25.69% 폭증했다. 달러화가 이렇게 단기간 많이 공급된 건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럴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한다면 폭락장이 찾아 올 수 있다는 게 월가 일부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