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철 경제보좌관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신남방정책 특위 위원장인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은퇴하시고 산에만 가시는데 이런 데(아세안) 많이 가셔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진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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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아세안 가면 해피조선 △50·60대 무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문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구설수로 물의를 빚은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철 보좌관 발언의 후폭풍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김 보좌관의 이번 실언은 새해 들어 문 대통령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경제행보에도 부담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가시적인 정책성과를 강조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뛰는 가운데 청와대 최측근 참모의 실언으로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중동가라’ 발언 후폭풍과 유사…野 “김현철, 국민모욕” 경질 촉구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은 김현철 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총공세에 나섰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의 발언과 관련,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가라’ 발언과 마찬가지의 후폭풍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3월 중동순방 이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국민 저주와 중장년층 모욕 △청와대의 오만 DNA △김현철 보좌관을 아세안으로 보내라 등 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김 보좌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용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경제보좌관이 청년과 장년을 싸잡아 불평 세력으로 몰고 해외에 가라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김 보좌관은 정중히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文대통령, 경제행보 역풍 우려에 김현철 조기교체 승부수김 보좌관의 사의표명은 전날 사과에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나온 실언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28일과 29일 이틀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누리꾼들은 하나같이 김 보좌관의 실언을 성토했다. 연초부터 경제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더구나 김 보좌관이 현 정부의 역점 과제인 신남방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교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한 김 보좌관은 이날 아침 출근과 동시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 문 대통령도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수용했다. 형식적으로 김 보좌관의 사의표명을 수용한 것이지만 사실상의 경질인사다. 앞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날 오전 열린 문 대통령의 ‘ICT혁신과 제조업의 미래 콘서트’ 참석 일정에 김 보좌관이 동행하지 않으면서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의에서 열린 CEO(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은퇴하시고 산에만 가시는데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 △국문과 학생들 왕창 뽑아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