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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그동안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정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니 정작 학부모들이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네요.”
서울 광진구에서 6세 딸을 키우는 워킹맘 김모(36)씨는 “사립유치원 개학이 무기한 연기된다고 하니 마치 무기징역형을 받은 듯하다”며 막막함을 전하면서 “유치원은 새싹들을 위한 교육기관인데 (한유총은) 다른 이익추구 집단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유총이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면서 워킹맘·워킹대디 등 맞벌이 부부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른바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에 맞벌이 부모들 ‘황당·분노’
3·7세 두 아이를 둔 워킹맘 송모(35)씨는 “봄방학인 현재 워킹맘·대디들은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거나 지인과 가족까지 총동원하면서 개학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출산율이 역대 최저라고 하지만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아이를 낳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2017년에도 정부가 별도 회계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니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총파업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결국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며 “이번에는 개학연기를 하려는 한유총의 만행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5세 아들이 있는 워킹대디 최모(38)씨도 “다음달 4일 아이의 첫 등교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런 소식을 뉴스에서 보니 당황스럽다”며 “유치원에선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씨는 또 “한유총의 집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이런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결국 학부모를 협박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도 우려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35)씨는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데 유치원에 어떻게 보낼지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단체에 아이 교육을 맡겨도 될지 의문”이라며 “공립유치원을 확대하고 초법적 행동에 나서는 한유총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유총 “에듀파인 도입 수용하나 규제 일변도·교육방침에 맞설 것”
한유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몰이·독선적 행정에 대해 2019학년도 1학기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에듀파인이 사립 유치원에는 맞지 않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곧 공포될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 규제 일변도의 강행규정과 개인재산인 설립비용에 대한 불인정, 획일적 교육방침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시설이용료 인정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도 무상 유아교육 제공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개선, 급여지급 중지 철회 △획일적 누리교육과정 폐지 △유치원 3법 및 시행령 개정안 철회 등을 촉구했다. 개학 무기한 연기에는 한유총 회원 유치원 3318곳 중 68.5%인 2274곳이 참여할 전망이다. 전성하 한유총 정책위원은 “3318개 회원 유치원 중 2274곳이 우편·이메일·팩스 등을 통해 개학 연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유총 무기한 개학 연기 선언을 불법 행동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실제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조사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며 “교육청은 입학일 연기에 참여한 유치원에 대해 3월 4일부터 실속하고 강력한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을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며 감사 거부 시 형사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입학일을 연기하는 유치원들을 신속히 파악해 교육부·교육청 홈페이지에 조속히 공지하고 학부모 돌봄수요 신청을 받는 등 돌봄안내로 연계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