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하극상·거짓말·진실공방·내란음모 등등.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위수령·계엄 검토 문건 사태 여파로 우리 군에 붙은 수식어들이다. 기무사 간부들이 공개석상에서 직속상관인 국방장관의 얘기를 반박하고, 송영무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라고 강조하는 등 내홍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송 장관 등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26일 오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전화통화를 하며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번 논란의 핵심은 촛불정국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송 장관이 얼마나 위중하게 받아들였는지 여부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은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 관련 보고를 다른 일반 보고와 함께 5분여 정도 밖에 받지 못했고, 문건은 두고 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책임을 기무사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에 이 사령관은 “(5분 보다는) 더 되는 것 같다. 제가 판단할 때는 20분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의미다. 특히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이 문제 없다고 발언했다”면서 이를 부인한 송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25일 공개한 이른바 ‘7월 9일 국방부 장관 주재 실국장 간담회’ 문건을 두고도 국방부는 “송 장관은 기무사 관련 언급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한번 분명히 밝힌다”면서 “민병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면서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송영무 국방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별수사단 수사 종료 이후 송 장관의 거취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 책임자인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26일 오후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후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소장)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다. 소 참모장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다. 그는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조사에서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소 참모장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불러 한민구 장관이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바 있다. 특히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당시 한 장관께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같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한 전 장관은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공정한 수사여건 보장을 위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계엄령 문건 작성 관련 피의자로 소환된 현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5처장을 26일자로 직무에서 배제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