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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7일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논의하고 승인했다. 고려대 지배구조연구소에 맡긴 이번 연구 보고서에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리스크를 6가지 유형으로 나눠 정리하고 세부 점검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지표화가 가능한 항목은 평가지표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활용해 보다 더 실효적인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 등 7개 관계사 내부거래와 접수된 신고, 제보에 대해서도 보고받고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제보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도 진행했다.
재계에선 일정상 이 부회장이 가석방 출소 이후 가장 먼저 준법위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기 일주일 전인 1월11일에도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참석해 ‘면담을 정례화하자’고 말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재수감 후 첫 옥중메시지로도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다짐하며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힘을 실어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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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의 가장 큰 현안인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등 현안을 보고받고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위를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삼성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경영 현안을 챙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 모두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휴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경영 공백을 빠르게 메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매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의 중추 사업인 반도체에서 중요한 투자 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해 글로벌 경쟁력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이 부회장의 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인 인텔은 파운드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파다하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위기다. 삼성은 지난 6월 샤오미에게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는가 하면 매출·영업이익 하락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백신확보도 이 부회장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로 손꼽힌다. 최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백신 공급 차질과 공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물량으로 백신 수급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