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號 ‘대북 접근법’ 재검토…北, 복잡해진 셈법

바이든시대 북미관계 어디로
블링컨 “대북 정책 전면 검토” 시사
공 넘긴 북한, 대미정책 수정 불가피
北·美 비핵화 수싸움 시작
트럼프식 깜짝 외교 없을 듯
3월 한미연합훈련이 `분기점`
  • 등록 2021-01-20 오후 8:00:00

    수정 2021-01-20 오후 10:20:1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도발이냐, 침묵이냐, 대화복귀냐’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 지명자가 미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톱다운’ 방식의 도널드 트럼프식(式) 비핵화 협상 노선 지우기를 예고하면서 초기화되는 북미관계 판을 흔들 북한의 대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검은 털모자와 검은 색 가죽 롱코트를 입은 채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블링컨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 협상은 행정부마다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다. 이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졌다”며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이 선택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압력 측면에서 효과적인지, 또 외교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인지 등이 검토 대상”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보여준 ‘브로맨스’나 3차례 정상회담 등의 ‘파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단계별 접근하면서 실무협상을 우선순위에 두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도 최근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대화의 공을 미국에 넘기면서 당분간 버티기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8일간 치러진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강대강·선대선’ 기조의 조건부 관계 개선론을 내놓았다.

북한은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연설(한국시간 21일 오전 1시30분)을 주시하며 향후 대미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임사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 방향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미 전략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3중고(제재 장기화·코로나19·자연재해)에 처한 북한으로썬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만큼 대치 국면을 이어갈지, 대화 모드로 복귀할지를 두고 북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 시발점은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북미 간에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한미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나 개최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란 핵 합의 당시 유럽이 이란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듯 중국이 협상에 적극 나서야 진전을 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지명자가 지난 2020년 11월 24일 델라웨어 윌밍턴 퀸 극장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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