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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국내 2위의 국적기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신용등급을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BBB-’등급은 국내 신용등급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기 때문에 한 단계라도 떨어지면 투기등급으로 전락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신탁조기지급사유가 발생해 ABS를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 항공권 매출채권에서 나오는 현금을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신탁조기지급사유는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이 ‘BB+’로 떨어지면 항공권 판매로 얻는 현금으로 ABS 투자자들의 원리금을 우선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다. ABS 역시 신탁조기지급사유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면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띄워 영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아시아나항공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크레딧 애널리스트 “아시아나항공·ABS 등급 내려야” 한목소리
아시아나항공은 27회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에서 30표(16%)를 받아 5위에 올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13명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모두 등급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채권매니저 등의 경우 17명 중 11명은 내려야 한다고 했지만 6명은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SRE에서는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BS도 포함시켰다. 항공사 ABS 등급의 적정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시장의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 ABS는 28표(14.9%)를 받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 ABS는 8표(4.3%) 받는데 그쳤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ABS 등급은 ‘BBB+(sf)’로 아시아나항공보다 2단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에 크레딧 이슈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초자산(항공운임채권) 발생으로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ABS 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시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20명은 등급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채권매니저 등 8명 중 5명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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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안정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의 2017년말 연결 기준 단기성 차입금은 2조 1236억원으로 총차입금의 47%를 차지한다. 반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299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21년까지 A350 등 중대형여객기 9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투자 관련 차입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최근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의 연쇄적인 인상 가능성이 크고, 자본시장의 양극화 심화 등으로 차입부담이 큰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1~2년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외 노선 매출채권에 대한 유동화를 비롯해 대우건설, CJ대한통운, 금호사옥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강서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추가적인 자산 활용 여력의 축소 등으로 향후 재무적 융통성 확보에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2017년 말 기준 1조원 이상의 유동화 채무와 관련해 회사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하는 경우 조기 상환 청구 등이 제기될 수 있어 주요한 잠재 리스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