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는 2일 전날 해제된 계엄령을 임시헌법상의 특별 보안조치에 해당하는 ‘44조’로 대체 적용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임시헌법 44조는 프라윳 찬-오차 총리와 그가 의장으로 있는 최고 군정 기관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에 권한을 집중시키고 계엄령에 준하거나 더 강력한 통제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 조치에 따르면 프라윳 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한 목적이라면 입법·행정·사법부를 초월해 어떠한 명령이라도 내릴 수 있다.
계엄령 아래에서는 안보 관련 권한이 군에 부여됐지만 이제는 프라윳 총리에게 절대적 권한이 집중된 셈이다.
특별 조치는 계엄령 때의 공공집회 금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5명 이상이 모이는 정치적 집회를 열 경우 6개월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며 엄격한 처벌을 명시했다.
특별 조치는 또 ‘공포를 조장하거나 왜곡된 정보가 담긴’ 보도를 할 경우 군부가 해당 언론의 출판·방송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해 언론 검열·통제도 강화했다.
태국 안팎에서는 ‘독재자 법’으로 불리는 임시헌법 44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태국 출라롱콘대의 헌법학자 크헴통 콩사쿨룽루앙은 AFP에 44조로 “프라윳 총리가 군 사법기관의 통제 없는 행정권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계엄령보다) 더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정치 칼럼니스트 베라팟 파리야옹도 임시헌법 44조에 대해 “만우절 장난 같다”며 “군부 정권은 자신들의 지위가 적법하지 않으며 현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이처럼 강한 통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태국 군부 정권이 총리에게 무한대의 권력을 허락하는 더 가혹한 조치로 계엄령을 대체한 데에 충격받았다. 이는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간 통치로의 이행을 촉구했다.
한 미국 국무부 관리는 태국 정부가 민간인의 군법재판 회부와 혐의 없는 구금,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의 통제를 종식해야 한다면서 “임시헌법 44조에 따른 안보 조치가 이같은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