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SRE][WORST]‘나인원 한남’에 발목…대신에프앤아이 1위

분양 승인 기다리다…우발채무 눈덩이처럼 불어나나
  • 등록 2018-05-16 오후 3:20:48

    수정 2018-05-16 오후 3:20:48

자료: 이데일리 SRE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남동 고급 아파트 분양사업인 ‘나인원 한남’이 결국 발목을 붙잡았다. 부실채권(NPL) 분야의 우수한 시장 지위와 수익성에도 불확실성으로 지목되던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이 대신에프앤아이(이하 대신F&I)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고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은 차일피일 지연되고 우발채무 리스크가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신F&I 모기업 대신증권 역시 자회사의 사업·재무위험 확대 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널·매니저 “현재 등급보다 낮춰야” 지적

27회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워스트레이팅) 평가에서 대신F&I는 총 50표(26.6%)를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25회 18표, 26회 25표로 점점 표를 늘려가더니 이번에는 최다 득표를 차지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24표)와 채권매니저(19표) 중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응답자 전원은 이 회사의 신용등급 (A+)을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나인원 한남 사업 불확실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대신F&I는 100% 자회사 디에스한남을 통해 2016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를 6242 억원에 사들여 분양사업을 시작했다. 총 사업비는 1조3000억 ~1조4000억원대로 지난해 90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초 지난해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보증 신청을 하고 분양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신F&I는 분양 성공 여부에 따른 재무부 담 변동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올초 HUG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이제는 분양 지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인 근 고가 아파트인 ‘한남 더힐’ 시세를 고려해 3.3㎡당 6000만원 대라는 역대 최고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HUG는 비교 대상 범위를 확대해 4000만대로 조정하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설계 변경을 통해 가구수와 분양타입, 분양가를 조정하고 분양보증 재신청 작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인원 한남의 최초 예상 분양수입은 약 1조 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사업비를 감안하면 2000억원 안팎의 세전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분양 보증 승인 지연으로 분양가를 낮출 경우 전체 사업성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SRE 자문위원은 “분양 승인 거절 후 한 두 달 만에 설계를 다 변경해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입지가 좋아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이 잘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PF 약정에 따른 우발채무 확대 우려 발목

나인원 한남의 분양 지연은 비단 수익성 저하뿐 아니라 PF와 관련한 우발채무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회사는 나인원 한남 사업과 관련해 작년말 기준 1550억원(출자 50억원, 후순위 대여 1500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단과 약정에 따르면 PF 개시 후 6개월 후인 올해 3월 28일까지 분양보증 승인을 얻지 못하고 2개월 이내인 5월 28일까지도 받지 못할 경우 대주단 차입금에 대한 기한 이익을 상실 하게 된다. 후순위로 빌린 1500억원에 대한 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종 보증 승인된 분양수입이 최초 계획보다 5%를 초과해 하락할 때에는 적정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유지되도록 추가 자금을 대여해야 한다. 또 분양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최대 500억원의 추가 후순위 대여금 부담 의무가 발생할 전망이다. 분양가가 낮아지고 1년 8개월이 지나도 분양률이 50%를 밑 도는 최악의 경우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자금은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업계 추정치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추가 익스포저 상승은 신용등급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이다. 이에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4월 초 대신F&I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올려놨다. 안나영 한기평 연구원은 “인허가와 본 PF 구성을 통한 자금조달 방안은 확보했지만 분양 승인과 리스크 측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추가 자금부담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분양 승인 여부와 보증 승인 가격 수준, 사업구조 변경 여부에 따른 손실발생 수준과 재무 부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모기업 대신증권도 신용도 안심 못해”

분양 사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한 대신 증권에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신증권이 직접 나인원 한남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회사의 사업·재무 위험이 커지면 그만큼 지원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대신F&I는 이미 지난해 PF 계약으로 차입금이 증가해 부채비율이 약 560%로 전년대비 9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분양 승인 여부와 분양률에 따라 익스포저가 확대되면 추가로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신증권은 2014년 대신 F&I를 인수한 후 최근 4년(2014~2017년)간 평균 2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별도 순이익 중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평균 40%가 넘을 만큼 이익 기여도가 크다는 의미다. NICE신평은 최근 대신증권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요인으로 ‘자회사의 사업 및 재무위험 증가로 지원부담이 확대될 때’를 추가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결국 분양사업은 진행되겠지만 부동산 대박을 바라지 않는 현재 정부 기조에서 원하는 수익을 거둘지가 관건”이라며 “조달 자금이 단기화됐고 조달 금리도 높은 상황에서 재무 개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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