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마지막 칼자루는 금융위원회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이 징계의 수위를 결정하지만,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은 금융위가 정례회의 이후이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위의 정례회의가 늦춰져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3월 우리금융 주주총회 이후에 중징계를 통보하게 될 경우 손 회장의 연임이 자동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금감원 검사국과 은행 측은 지난 16일과 22일 두차례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부통제 실효성 미비를 이유로 최고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금감원 검사국은 DLF 불완전판매는 은행 내부통제 부실 때문으로 최고경영진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두 은행과 손태승 회장 및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 측은 근거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시행령에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점을 들고 있다. DLF 판매담당 임원(부행장급)이 행위 책임자이며 최고경영자가 감독책임을 져야 한다게 금감원 검사국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측과의 법리 다툼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법리검토를 많이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은행들은 구체적인 징계 및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중징계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가 내부통제 의무소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제재토록 할 수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또 최고경영자가 DLF 상품 판매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원 제재심은 이번 심의는 다수 소비자 피해발생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사안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LF와 라임 사태 등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비판 여론도 상당했기 때문에 감독당국으로선 최고경영자 제재의 필요성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손에 달린 손태승 회장 연임
중징계 결정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향후 시나리오는 다소 복잡하다.
이번 제재심은 두 은행 최고경영자 개인 제재와 기관 제재를 함께 결정한다.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까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영진 개인과 기관에 대한 징계수위는 금융위 의결 이후 함께 공식 통보되고 그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될 예정인데, 금융위가 그전에 중징계를 통보하면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
통상 금감원 제재처분이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게 통보되는데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별로 그 기간은 다를 수 있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 결정은 결국 금융위 손에 달린 것이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에 중징계 처분 이의신청을 할 수 없지만 효력은 유지된다. 이 때문에 법원에 중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3월 주총까지 일단 중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손 회장 연임을 확정하고 금융당국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전면 불복해 사실상 전면전을 벌이는 셈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함 부회장도 금융위 의결을 거쳐 중징계가 확정되면 차기 하나금융 회장 도전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 함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