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최근 국내경제 하방압력 더 커져"…경제전망 수정할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오찬 기자간담회
"더 완화적으로 가야할 단계 아니다"
"화폐단위 수정 논의할 때가 됐다는 뜻"
  • 등록 2019-04-01 오후 2:59:01

    수정 2019-04-01 오후 5:25:18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경기의 하방 압력이 지난 1월에 비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6%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2월 실물지표를 보면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고, 대외여건변화를 볼 때 하방 리스크가 조금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 및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 1월 한은은 올해 연간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2.7%에서 0.1%포인트 낮춘 것으로 연속해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지 관심을 모은다.

다만 이 총재는 “앞서 1월 발표한 연간 경제성장전망을 바꿔야할 정도인지는 좀 더 봐야할 것”이라며 “그간의 국내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향후 통화정책 운영방향과 관련해서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완화적’으로 가야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의 인하를 검토해야 할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정책결정에 있어 절대적 스탠스는 없다는 차원”이라며 “(이 말을) 기존 스탠스와 다르다고 해석은 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1.75%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측정한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 상황을 비춰볼 때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안정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가이던스(guidance)를 기대 이하 수준으로 발표했다.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일 사이 전문 기관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대체로) 예상을 하면서도, 그 시기가 하반기에서 그 뒤로 자꾸 늦춰지고 회복속도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대두하고 있다. 이런 견해가 나오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을 했다. 한은도 하반기에 통화정책 스탠스를 폴리시믹스(policy-mix) 차원에서 완화적으로 가져갈 수 있나.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있다. 현재의 기준금리 1.75%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정한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이라든가 또 시중 유동성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또한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채권금리 강세가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현재 채권시장의 이러한 반응은 좀 과도한 쏠림이라고 해석하는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장기금리가 하락한데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규모로 매수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인데, 전문기관도 그렇고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대부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과도한 게 아니냐 하는 그런 시각이 많다. 금융시장에서도 거기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최근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조금 더 흐름을 지켜보고, 차후 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4월에 수정경제전망이 있는데, 1월 전망과 달라질까.

-2월중 주요 실물지표의 감소폭이 좀 컸다. 설 연휴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1, 2월을 같이 놓고 보는데, 최근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 그리고 대외여건 변화를 보면 하방 리스크가 좀 더 커진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다만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1월에 성장전망치를 내놨는데 연간 성장전망을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짚어봐야 될 것 같다. 전망 발표할 때 말씀드리겠다.

=우리경제의 구조개혁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시급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에서 핀테크, 빅테크가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거버먼트 페이션스(government patience)’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부의 인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그야말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국회에서 말한 화폐단위 변경이 주목 받고 있다.

=꼭 이 시점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그런 논의가 이루어질 여건이 됐다 뜻에서 말한 것이다. 지금, ‘롸잇 나우(right now)’는 아니다.

=국회에서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질 때는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두겠다”라는 말씀은 기존 스탠스에 대한 입장변화로 시장은 일부 해석하는데…

-기존의 스탠스를 바꿨다든가 후퇴했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인하도 못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스탠스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 말이다. 제 말을 그 전에 앞에 있던 말과 다르다고 해석하지는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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