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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1월 27일 이후 42주 연속 하락세다. 서울도 지난 7월 초 반등해 1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간 상승률이 최고 0.09%로 크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내 집 마련에 나선 세입자가 많았던 데다 입주 물량도 넘쳐 올해 2월부터 6월까지는 ‘역전세난’(계약 시점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앞으로 공급 물량도 많아 이같은 현상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3만6247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4만1727가구, 후년에는 3만9929가구로 4만가구 안팎이 대기 중이다. 전국 입주 물량도 올해 44만9420가구, 내년 38만400가구로 적지 않다.
하지만 국지적으로는 전셋값 상승 요인이 대기하고 있어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와 봄이나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인 요인이 겹치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 추진 사업장 가운데 철거 및 이주 직전인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있는 곳은 서울에서만 6705가구에 달한다. 서초구에서는 한신4지구(2800여가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3500여가구) 등과 방배동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택 재건축 사업장들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이주를 앞두고 있다. 송파구에서도 미성·크로바아파트(1300여가구)와 진주아파트(1500여가구)가 올해 안에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위한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지역 위주로 국지적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경우에도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늘어나는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세율을 노무현 정부 수준을 뛰어넘는 최고 3.2%로 끌어올리기로 한 데다 그동안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소득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늘어나는 세부담만큼 집주인들이 전·월셋값에 떠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9·13 부동산 대책은 높아진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자산가들은 주요 입지 유망 아파트 단지를 팔아치우기보다는 계속 소유하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전·월세 임차시장 불안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