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타이틀이 발목”…밸류 '뚝'에 골머리 앓는 美 유니콘

미국서 지난해 유니콘만 340개 탄생했지만
금리인상·지정학적 리스크에 추가 라운드 올스톱
프리머니 밸류 1조9700억서 9000억으로
버티기 혹은 다운라운드 택해야 하는 기로
  • 등록 2022-11-15 오후 7:32:47

    수정 2022-11-15 오후 7:32:47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340개의 유니콘 기업(Unicorn,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탄생한 가운데 이들의 몸값이 올해 3분기까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을 비롯한 엑시트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글로벌 투자사들이 추가 투자에 몸을 사리자 일부 유니콘 기업들은 장기간 버티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다만 추가 투자가 절실한 유니콘 기업 입장에서는 프리IPO 등이 줄줄이 막히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얻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이들의 선택지를 좁히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과거 6분기 연속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은 미국 상위권 유니콘 기업들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Pre-money valuation, 투자 전 기업가치)은 평균 6억8000만 달러(약 8959억 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15억 달러(약 1조 9770억 원)를 기록하며 최고 정점을 찍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진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딜 밸류와 거래 건수 또한 급격히 줄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에서 라운드를 연 후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딜 밸류는 지난해 3분기 대비 400억 달러 감소한 249억 달러(약 32조9601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1분기 만에 최저치다. 거래 건수도 올해 1분기 대비 20% 감소하는 등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피치북은 후기 단계에 놓인 스타트업일수록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IPO를 앞둔 스타트업의 경우, 동일 업종 상장사의 주가 변동에 따라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 가운데 선택의 여지 또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 대비 적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다운라운드(down round,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이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 투자받는 것)를 고려하며 추가 성장을 엿볼 수 있지만, 이미 몸집이 커져버린 유니콘이 다운라운드를 택할 시 엑시트 창구가 좁아진다는 설명이다. ‘버티기’ 혹은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라운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보고서는 “밸류에이션 하락을 꺼리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버티기로 현 상황을 모면하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버티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기업가치를 높게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는 기업가치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어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지표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투자 라운드를 열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유니콘 지위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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