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은 21일 월요일 아침부터 화장장을 방문한 유족들로 북적거렸다. 고인의 화장 진행 상황을 알리는 모니터에 뜬 ‘화장 중’, ‘냉각 중’ 문구는 모든 화장로가 쉴 새 없이 가동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화장이 완료됐다는 안내방송을 듣자마자 1층 수골실로 내려온 문상객 이모(80)씨는 “16일에 돌아가셨는데 계속 기다리기만 하다가 오늘 드디어 화장했다”며 “화장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수골도 기다려야 하네”라고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망자도 늘어나 화장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전국 화장장 예약 시스템 ‘E하늘장사 예약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은 오는 25일까지 ‘취소 후 대기’ 1건을 제외하고 모든 회차가 ‘예약 완료’인 상황이다.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일주일 동안 총 2162명으로 집계됐고, 위중증 환자 또한 1130명으로 14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데일리가 서울추모공원에서 만난 유족들은 화장 예약이 어려워 “6일장은 기본이고 7일장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다 장모를 떠나보냈다는 70대 류모씨는 “오늘 화장하면 6일째인데 장지엔 내일 안치된다고 해서 내일도 장례를 치른다. 사실상 7일장”이라며 “유족 중에서도 직장인들은 또 시간 내서 와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문닫아야 하니까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호국원에 장모를 모시기로 했다는 김모(68)씨는 “오후 3시까지 와야 안치할 수 있다”는 호국원 측 통지에 ‘을’이 됐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호국원에서) 시간이 안 맞으면 화장을 먼저 하고 다른 곳에 모셨다가 오라고 말하는데 유족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화장 시간 잡기도 힘든데 오전에 맞춰서 해야 하니까 더 힘들더라. 유족들 편의를 좀 봐줘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하소연했다.
|
다만 추가 투입시설 없이 기존 화장로를 가동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화장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경우 보유한 화장로 중 3기를 예비시설과 정비시설로 분류해 운영하지 않는다. 화장이 미뤄져 6일장을 하게 됐다는 70대 중반 안모씨는 “화장장은 더 가동할 시설도 없을 텐데 횟수 정도만 늘려봤자 예약이 힘들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추가 인력 없이 가동 횟수와 시간만 늘리는 현행 운영방식이 장기화할 경우 인력난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화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노조와 협의를 통해 직원들과 한시적으로 화장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계속하다간 인력난과 화장로 설비 부담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사망자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사망자 추이 등 상황을 고려해 운영 지속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