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JLL 대표 "강남은 건물주의 전성시대"

"부동산은 경제적 논리 넘어선 가치가 투영"
"오피스도 강남권 선호‥판교도 유망 투자처"
"해외기관 전략적 접근…국내 기관도 배워야"
"지정학적 위험 사라지면 부동산에 큰 기회"
  • 등록 2018-05-14 오후 5:07:17

    수정 2018-05-14 오후 5:56:15

장재훈 대표(JLL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박정수 기자] “부동산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소가 가격에 투영되는 시장입니다. 그런 점에서 강남 부동산의 경쟁력은 탁월한 편이죠. 오피스 투자도 강남권이 유망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IFC빌딩 존스랑라살르(JLL) 본사에서 만난 장재훈 대표는 “부동산은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시장”이라며 강남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 대표는 지난 23년 동안 국내외 부동산업계에 종사한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거래와 투자, 자산운용과 관리를 포함해 부동산 전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수수료 매출만 67억달러(약 7조1500억원)를 올린 글로벌 종합부동산 기업 JLL도 이런 그의 역량을 높이 사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한국법인 수장에 낙점했다.

“오피스도 강남권 선호 뚜렷‥판교도 유망 투자처”

그는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인프라와 입지, 우수한 학군을 확보한 강남 부동산가격이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도 주거용과 비슷한데 강남권 오피스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면서 사회·문화적인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강남 오피스의 위상은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대표는 “30~40년 전에는 대기업 사옥이 대부분 광화문에 있었고 회장님은 성북동이나 평창동에 살았다는데 지금은 의사결정자(decision-maker)들이 주로 강남에 살다 보니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확장할 때 강남을 먼저 찾는다”면서 고급인력 확보가 수월하다는 점도 강남권 선호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 대기업계열 IT 회사가 분당에 사무실을 알아보려다 결국 임대료가 훨씬 비싼 강남권에 둥지를 틀었다”면서 “강남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분당으로 간다고 하니 고급인력들이 오지 않으려 했고 결과적으로 애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오피스 가격 엄청나게 비싼데 경제논리만 놓고 보면 (사무실을)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뛰어난 직원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많은 사람이 오피스를 찾다 보니 강남권은 다시 건물주의 시대가 됐다”면서 “IT산업이 몰려 있는 판교는 지리적으로 강남과 시너지를 내고 있어 강남과 더불어 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라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강남권에서 매물로 나온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은 3.3제곱미터(평)당 3000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쓸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프라임 오피스 가격 더 오를 것‥해외 투자자 전략적 접근 배워야”

그는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의 최고가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도 풍부하고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도심의 프라임빌딩은 (기관투자자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확보하려 한다”면서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프라임급은 경제위기를 만나도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처란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주로 대기업이 세입자이다 보니 웬만한 위기에도 임대료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 장 대표는 대체투자를 하는 기관입장에서도 당장 눈에 보이는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기관 내부의 목표수익이나 운용 스타일에 부합한다면 과감한 도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을 본받을 점이 많다며 지난 2000년대 초반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강남파이낸스센터를 투자한 예를 들었다. 당시 주인인 론스타로부터 90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면서 사모펀드의 먹튀를 돕는다거나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가격은 매입 당시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장 대표는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과거 수 십년 동안 대체투자 경험을 축적해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서 “국내 기관이나 운용사도 불황이나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하면서 배워나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위험 낮아지면 부동산도 전례 없는 기회”

장 대표는 오피스 시장을 이끌 트렌드로 공유 오피스의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 그는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정석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공유형 오피스가 아니더라도 재택근무를 포함해 플렉서블 (flexible)한 사무공간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교통망의 혁신은 불가피하다”면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건물의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는데, 오피스 공간의 활용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프롭테크 (PropTech)의 부상도 점쳤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에 기술 솔루션을 활용하여 부동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업계가 직면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분야다. JLL 스파크라는 IT 벤처 회사를 설립해 프롭테크 서비스의 개발, 전략적 투자에 나선 상태다.

장 대표는 최근 남과 북, 미국과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낮아진다면 부동산시장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과 접한 나라 중에 선진시장이 없다. 중국 현지는 투자위험이 있으나 한국은 이런 위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이란 시장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서 한국은 엄청난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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