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제조사 상대 손해배상 승소.."국가책임 물을 것"(종합)

法,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 상대 민사소송 첫 판결
옥시 등 다른 업체와는 지난해 9월 조정 성립
  • 등록 2016-11-15 오후 4:45:39

    수정 2016-11-15 오후 4:45:39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고(故) 김명천, 김연숙 씨의 추모제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유태환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고통받는 당사자와 가족이 살균제 제조사에 청구한 손해배상금을 전액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를 상대로 한 첫 민사 판결이다. 향후 유사한 재판 역시 같은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반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국가의 감독소홀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재판장 이은희)는 15일 최모씨 등 13명이 주식회사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퓨가 최씨 등 4명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유모씨 9명에게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지급하라”며 최씨 등이 청구한 금액을 모두 인정했다. 최씨 등은 주요 가습기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 롯데쇼핑(023530) 등 다섯 곳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이 중 세퓨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와는 지난해 9월 합의했다. 그러나 세퓨는 이미 파산한 상태여서 최종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아내도 손해를 배상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가피모)는 현재 국회가 추진 중인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세퓨 피해자 구제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씨 등은 2008년 2월부터 약 3년간 세퓨와 옥시 등 제조회사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원인 모를 폐손상으로 숨지거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에 유독성 물질을 포함했다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세퓨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씨 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국가가 제조사의 관리와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증거를 보도자료와 신문 기사만 제출해서다. 대신 항소심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한다면 추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최씨 가족 등이 숨지거나 폐손상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해 세퓨의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인정했다”라며 “세퓨는 최씨 등이 청구한 위자료 금액 모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최씨 등이 정부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보도자료와 신문기사 외에 (공식)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확한 증거를 제출한다면 항소심에서 추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피모 측은 “세퓨는 이미 파산한 상태여서 승소를 해도 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며 “가해기업 못지않게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피모는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국가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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