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최근 계속 밤잠을 설쳤다.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름에도 안 산 모기퇴치제를 살까 고민했는데 곧 모기들이 얼어죽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리며 참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지났지만 여름에 출몰해야 하는 모기가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로 올 여름 모기가 다소 조용했던 반면 오히려 가을에 본격 활동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날씨로 모기들이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활동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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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시 모기 예보에 따르면 이번달 31일 중 25일이 ‘2단계(관심)’ 단계로 모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2단계(관심)’의 경우 모기 활동 지수가 25 이상일 경우 발효된다. 예년 10월의 경우 1단계(쾌적) 단계였던 점을 고려해볼 때 올해 모기들이 가을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일 경우 모기 활동 지수가 63.4로 한여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시민들은 살충제를 구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 GS25에 따르면 설치식 살충제 지난달 매출이 한 여름이던 지난 8월 매출보다 46.2% 증가했다. 타 편의점 역시 살충제 매출이 한 여름보다 지난달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난히 더웠던 환경에서 활동을 줄였던 모기가 올해 가을 평년보다 다소 높은 기온을 보이자 활동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빨간집모기의 경우 13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32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활동을 잘 안 하게 되는데 9월부터 상대적으로 시원해지며 모기가 활동하기 위한 적절한 환경이 조성됐다. 모기가 가장 활동하기 좋은 기온인 25도가량이 맞춰지며 본격적인 먹이 활동이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서 모기들이 따뜻한 실내로 이동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8월 같은 폭염에는 잘 움직이지 않다가 9월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모기들이 하수도를 타고 지하도를 타고 실내로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서 모기와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년 전 만해도 5월 하순에 작은 빨간집모기가 등장했는데 지금은 3월 말까지 당겨진 상황이다. 이른 시기에 등장한 모기들이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가을에도 활동을 이어가며 3월부터 11월 초까지 모기가 적극 활동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다음달 초나 돼야 기온이 급감하며 모기의 활동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3~4일 찬 대륙성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며 4일 출근길 서울 아침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6일도 바람은 약하지만 복사냉각에 의해 밤에 기온이 떨어져서 고지대는 서리나 얼음이 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