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낮아지는 증시 문턱은 '양날의 검'

  • 등록 2017-01-25 오후 6:53:40

    수정 2017-01-25 오후 6:53:4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기업들의 증시 입성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이 순익 적자를 기록하면 증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충분한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면 증시 입성이 가능해졌다.

한국거래소가 연초에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이 대폭 개선됐다.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견·중소기업이 많이 입성하는 곳인 만큼 이들의 시장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시가총액 500억원·직전 매출액 30억원·직전 2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다. 또 성장성 있는 기업의 진입 요건도 확대했다. ‘시총500억원·공모후 자기자본 대비 시총 200%’ 요건을 만들어 공모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기업의 상장도 가능하게 했다.

아울러 증권사 등 상장주선인 추천에 의한 특례상장제도도 도입했다. 다만 상장주선인의 추천 여부가 상장의 핵심 요소인 만큼 주선인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일종의 보완 장치도 만들어놨다. 상장주선인은 상장 후 6개월간 일반 청약자에게 공모가 90%를 보장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부여하고, 상장주선인 추천 보고서(성장성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길이 하나 더 열렸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은 정부 정책 자금이나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장을 하게 되면 기업이 인지도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거래소의 행태를 보면 상장 기업 수 채우기에 급급했던 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적자 기업에 더해 스타트업 마켓(KSM)을 통해 스타트업까지 상장의 문호를 개방한 상황이다.

제도가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당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 상장 주선인에만 책임을 떠맡길 것이 아니라 거래소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기업들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좋지만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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