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준비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해온 준비를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2021~2023년) 내에 의미있는 M&A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 116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의 50%를 배당에 사용한다고 해도 대규모 시설 투자나 M&A 없이는 잉여금이 계속 현금으로 쌓여간다.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공언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유망 반도체 기업 중 하나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보다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이재용 부회장이 인공지능(AI), 5G, 바이오와 함께 전장사업을 삼성전자의 4대 핵심 미래 전략사업으로 꼽은 만큼 성장이 기대돼 유력한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그간 남아 있는 많은 돈으로 NXP 등을 차량용 반도체 분야 기업을 인수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삼성전자입장에서 현재 자동차 반도체시장의 외연을 키워야 하는 숙제가 있고, 가장 좋은 방법은 튼튼한 기업에 조 단위의 투자를 해 M&A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마이크로), 독일 인피니언 등이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이 중 NXP는 2018년 퀄컴이 440억달러(약 49조9000억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NXP는 매각에 앞서 삼성전자에도 협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부문 1위이자 차량용 반도체 부문 2위 기업인 인피니언은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외신들도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나섰다. 오스틴,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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