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가는 한진亂]KCGI, 장기투자인가 단기먹튀인가

9개 사모펀드 중 2개만 존속기간 10년, 나머진 3년
KCGI "투자금 3분의 2가 10년 이상 장기펀드" 반박
주식담보대출 통해 주식 매집..5% 전후 이자 큰 부담
투자업계 "투자행태 볼때 장기투자자로 분류 어려워"
  • 등록 2020-03-25 오후 6:11:09

    수정 2020-03-25 오후 6:11:09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성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장기투자’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따라 KCGI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한진칼에 들어온 투기자본인지, 장기투자로 기업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본인지가 갈리기 때문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장기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투자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한 후 시세차익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한 기업에 10년 이상 장기투자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나온다. 또 대부분의 한진칼 주식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매집한 KCGI가 이자 비용을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강 대표는 그동안 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대표적인 ‘먹튀자본’으로 알려진 엘리엇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KCGI는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서 내세운 근거가 펀드의 최종 만기가 14~20년으로 길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KCGI가 운용하는 총 9개의 사모펀드 중 2개(KCGI 제1호 PEF, KCGI 제1호의5 PEF)는 존속기간이 10년이다. 나머지 7개는 3년이다. 다만 제1호 PEF는 등기부에 존속기간 10년만 명기돼 있고 존속기간 연장에 관한 내용이 없다. 제1호의 5 PEF도 2년씩 2회 연장된다고 등기돼 있으나 대부분 투자자들의 전원 동의가 필요해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대해 KCGI는 “투자금 중 3분의 2 이상이 10년 이상의 장기펀드”라며 “KCGI가 단기투자자라면, 이미 단기차익을 실현하고 떠났을 것이고,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서류상 내용만 보면 장기투자를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은 강 대표의 호언장담 외에는 ‘장기투자’를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

KCGI가 상당부분의 한진칼 주식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매집했다는 점도 ‘장기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KCGI의 투자목적법인(SPC) 그레이스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12.46% 가운데 9.11%가 담보로 제공돼 있다. 보유 중인 주식의 약 73%를 담보로 잡힌 상태라는 의미다.

또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한 금융기관 대부분이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다. KCGI는 5% 전후의 주식담보대출 금리를 저축은행에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투자 수익률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통상적인 사모펀드의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7~8%는 돼야 한다는 점에서 5% 전후의 이자는 큰 부담인 셈이다.

여기에 한동안 치솟던 한진칼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KCGI에겐 부담 요인이다.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자금 상황 압박도 커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차입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며, 대부분 제2금융권이라는 것까지 감안할 때 이자가 높아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KCGI의 주식 매입 레버리지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의 흐름과 성격을 볼 때 장기투자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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