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바이러스 감염병 권위자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이 전염병을 감기 정도로 너무 깔보고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염병)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교수는 “지금도 정부의 부적절한 코로나19 대응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기회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교수는 “중국은 가혹하리만큼 강력한 ‘코로나19’ 에 대한 방역대책을 실행, 2월초를 정점으로 환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안이한 방역정책을 고집하면서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례로 그는 대형집회나 종교모임등을 지금처럼 국가에서 자제를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시키고 위반시 엄격한 처벌조치를 내리는 강력한 방역정책을 펴야하는 비상시국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정부가 중국처럼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 경우 3월중에 정점을 찍을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코로나19와 독감을 한면만 보고 비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발생초기 이 전염병이 독감보다 치사율이 낮고 증상도 미미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게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고 본다. 실제 치사율도 비교해 보니 독감은 0.04%, 코로나는 0.5%로 오히려 코로나가 훨씬 높다.전파력도 독감은 환자 1명이 1.4명을 전염시키는데 비해 코로나는 3명~4명으로 더 높게 집계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독감과는 달리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위험한 측면이다. 실제 과거 신종플루 대유행 때는 백신,치료제가 있어 사태가 더이상 악화하지 않고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백신, 치료제가 없으니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대유행하게 되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가 병상이 부족해 확진자를 일시적으로 자가격리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 코로나19 확진자를 자가격리하는 정책은 근본부터 잘못됐다.확진자가 스스로 자가격리하라는 정부 지침은 현실적으로 지킬수 없는 정책이다. 가족으로 전염병이 번지고 나아가 사회 곳곳으로 확진자가 늘게 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확진자를 치료할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일시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 것은 대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일부 만성질환자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면역력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면역력이 높다는 것이 곧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낼수 있는 면역 항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홍삼이나 김치를 많이 먹으면 면역력이 높아져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사실 근거없는 낭설이다.
일반적인 면역력 말고 코로나19를 방어할수 있는 면역력을 높여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인도인들이 코로나19에 유독 강한 면역력을 보이며 감염자가 거의 없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강황’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이것도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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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하게 유행하는 전염병은 2~3년만에 1건씩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2~3건씩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갈수록 따뜻해지는 날씨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을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중국 남부지역이다. 이 지역은 ‘신종 감염병의 저수지’로 일컫을만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뱀, 사향노루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전통 재래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야생동물을 인간이 식용하면서 듣도 보지 못한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타입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업체가 속출하는데...
△당분간은 큰 기대를 안하는게 좋다. 대유행하는 전염병만 생기면 여기에 편승해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업체들이 등장한다. 나중에 보면 제대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이제 하나의 패턴이 됐다. 개발성공을 장담하는 제약사들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는 물론 중국, 미국등 기업들도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민이나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신속한 과정은 없다. 적어도 임상2상까지 끝내면서 안전성과 약효를 증명해야 개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기대할수 있다. 요컨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데...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은 분명 실패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1월23일 우한시를 전격봉쇄하는 등 과단성있는 정책을 편 덕에 우리보다 앞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민들이 주요 전염병 발병 도시간 이동을 제한하고,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한게 주효했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가혹할만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코로나 전염병을 진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현 비상상황을 ‘심각단계’로 격상을 시켜놓고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방역은 구호로 하는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그야말로 구호따로 행동따로다. 지금도 정부는 다수가 모이는 종교집회를 자제하라고 권고만 하지, 일체 금지하고 위반하면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있다. 정부가 이 위기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우주 교수는...
△1992년 고려대 의대 의학박사 △1996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2001 국립보건원 국가인플루엔자센터 센터장 △2007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관리실 실장 △2008년 제25대 대한감염학회 부회장 △2015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