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째 생일 앞두고 이태원 갔는데...” 호주인 희생자 친구의 눈물

“경찰 도착까지 30분, 지원인력 오기까지 1시간”
“사고 현장 찍거나 노래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호주 총리 “모든 이들이 빨리 회복하길”
  • 등록 2022-10-31 오후 9:50:24

    수정 2022-10-31 오후 9:50:24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의 호주인 생환자가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현장에 있다가 숨진 친구의 죽음에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현지시각) 호주 9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버니티는 틱톡 영상을 통해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타버니티는 사고가 있기 전 친구들과 분장하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그레이스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을 때 현장에 같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 중 한 명의 손을 잡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타버니티는 함께 이태원을 방문한 친구 3명 중 2명이 중태에 빠졌고 1명은 숨졌다며 “예방책이 부족한 것이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응급서비스 인력이 부족했다”며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타버니티는 “친구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에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찍거나 노래 부르고 웃는 걸 지켜봤다”며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 사람들은 죽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30분, 지원 인력이 투입되기까지 1시간이 걸렸고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CPR을 받는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타버니티는 이번 사고 피해자들을 ‘정부에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걸 예상했다면 왜 대비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희생자 래치드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그가 영화제작사에서 일하던 ‘밝은 미소의 천사’같은 사람이었며 애도했다.

앤서니 알바네즈 호주 총리 또한 숨진 래치드를 추모했다. 그는 희생자들에 대해 “핼러윈을 축하하기 위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이어 “이 비극은 한국인들에게 특히 영향을 미쳤지만 한 호주 가정과 호주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모든 사람이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사망한 외국인은 26명으로 국적은 이란 5명, 중국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등이다. 호주·프랑스·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은 각 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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