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선위 제재 효력정지, 소송戰서 유리한 고지 선점”

권재열 교수 “법정에서 다툴 여지 있다고 판단한 것”
“기업만 책임 전가 안돼…사전·계도 감리로 전환해야”
  • 등록 2019-02-27 오후 6:56:15

    수정 2019-02-27 오후 6:56:15

권재열(왼쪽 첫번째) 경희대 교수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법연구소 포럼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철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분식회계’ 논란에 반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가 금융당국과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회사에 대한 제재 효력 정지 판결과 지난 판례 등을 감안할 때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행정소송에서는 경영진의 재량 인정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장)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법연구소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의 기업정책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외부감사법과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주제발표를 했다.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은 기계적인 규정중심 회계기준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권재열 교수는 “내용이 모호하다보니 준수가 어렵고 다른 기업과 비교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계당국이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며 “회계처리 기준 자체가 덜 엄격하기 때문에 경영진 재량이 들어가는 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법에서도 이 같은 IFRS 처리의 모호성을 감안해 기업 자율을 존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회계처리의 기준이 불명확해 (분식회계가) 고의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2014년 헌법재판소와 2015년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합리적인 해석 기준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을 두고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로 판명돼 대표이사·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 제재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제재를 처분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측의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해 본안 소송 판결 때까지 증선위의 제재 효력을 정지했다.

권 교수는 이번 결정이 삼성바이오 행정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고 다수 회계전문가가 IFRS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의 근거”라며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법정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용인 자체가 드물었던 것을 감안할 때 행정소송에서도 삼성바이오가 유리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기존에 알려진 여러 정보들로 판단했을 때 최종 판결에서 (삼성바이오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회계처리에 대한) 경영진 재량이 어디까지인가로 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칙중심 회계기준 환경에서 금융당국의 감독체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권 교수는 “내용이 불명확한 회계기준 시행에 따른 책임을 기업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리의 기준을 사전·예방·계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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