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서거]서울대병원·국회·시청서 정재계, 국민 애도 잇따라

"민주화 대통령","금융실명제 업적 대단","서민경제 뒷전"
박근혜 대통령, 동교동계,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인사 조문
빈소 이틀간 누적 조문객 6200여명
  • 등록 2015-11-23 오후 7:16:14

    수정 2015-11-23 오후 7:16:14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서울 곳곳에서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틀간 60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고 9선 국회의원을 할 정도로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국회에서도 국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3일 빈소에는 이른 오전부터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장례 이틀째인 이날은 주요 인사들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오후에 빈소를 방문하면서 한때 경호가 삼엄해지며 긴장감이 흘렀다. 검정색 의상을 입은 박 대통령은 7분간 조문하며 유족들을 위로한 뒤 돌아갔다.

고인과 정치적으로 경쟁과 협력 관계에 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인 동교동계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직접 이희호 여사를 부축하며 빈소를 찾았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투명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는 서거 소식 이후 바로 전한 애도 메시지로 대신한 채 별도의 언급 없이 빈소를 떠났다.

재계 인사들의 방문도 눈에 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대동하고 조용히 조문을 다녀갔고 이보다 앞서 구본문 LG그룹 회장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이날 빈소에는 일반인들이 조문을 왔다가 보안문제로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일부 정치인에 대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 한동안 교류하지 못했던 정치인들끼리는 서로의 근황을 묻는 모습들도 목격됐다.

애도를 표하고자 하는 국민들을 위해 국회와 시청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직장인들이 밀집돼 있는 국회 분향소에는 점심 시간에 조문 행렬 수백명이 몰리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차분하게 고인의 넋을 기리며 애도했다.

여의도 증권회사에 재직 중인 김영훈(44)씨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게 한 정치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금융 실명제는 지금도 높이 평가받는 정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왔다는 이대정(46)씨는 “광화문 총독부 건물을 폭파 시킬 때 속이 다 시원했다”며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웠다는 부분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에 대한 신랄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재윤(58·경기도 분당)씨는 “정치 개혁에 앞장서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전무후무한 국가 부도 사태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윤지(여·32)씨는 “부모님이 IMF 사태 이후 모두 실직하셔서 가족들 모두 힘들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며 “서민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오후 2시경부터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목발을 짚고 온 사람부터 팔순이 넘은 노부부, 광장 주변 직장인과 외국인까지 조문이 이어졌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박진우(62) 씨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하나회를 척결해 군부 독재 시대를 종결했다”며 “금융실명제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희성(73·용인)씨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단호하고 명석해 어렸을 때부터 존경했다”며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9선에 성공하며 정치 기반을 다져 대통령이 된 후 비리 없는 문민정부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오금남(65)씨도 “군사독재와 맞서 싸우고 훗날 당사자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금융실명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며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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